‘약점’ 공략하는 北… ‘조치’ 시사하는 南

입력 2015-01-08 01:33
북한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에 대해 찬반으로 분열돼 있는 남한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 법원이 ‘전단 살포에 대한 제한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다음 날 “전단 살포는 남한 당국 책임”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막을 수 없다’고만 외쳤던 정부 방침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대결인가 관계 개선인가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당국은 이번 삐라살포 망동을 또다시 묵인·조장함으로써 그들과 한 짝이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지난 5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의 전단 살포가 남한 당국의 묵인 속에 이뤄졌기 때문에 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재확인했다. 통신은 “남조선당국은 한 줌도 못되는 산송장들의 망동을 묵인해 북남관계를 또다시 파국으로 몰아가겠는가 아니면 진심으로 북남관계 개선과 대화에 나서겠는가 하는 데서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키 리졸브·을지프리덤가디언 등 매년 열리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며 “남조선당국은 실천 행동으로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대북전단 살포는 막을 수 없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사전에 인지된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협조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통일대교 진입 금지 등 ‘통행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필요하다면 그런 조치까지 포함해 경찰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통일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남북대화를 열어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을 좌절시킬 수 있는 일은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전단 살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 문제로 남북관계 진전이 막혀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단 살포 외에도 남북대화를 재개하기까지 ‘5·24조치’ 해제 등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 더 남아 있는 점도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국회도 정부의 ‘규제 조치’를 촉구하는 입장을 연이어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각각 “(전단 살포로)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문제” “법원 판결은 국민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전날 법원 판결을 지지했다.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원 판사는 전날 전단 살포 때문에 북한이 발사한 고사총탄이 남한 민통선 내부에 떨어졌던 사례를 거론하며 전단 살포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