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과 모뉴엘 등 부실기업 대출에 따른 은행 손실 증가액이 한 달 새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은행의 기업대출이 위축될 것으로 보여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돈줄이 마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어음부도율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대한전선의 분식회계에 따른 채권단 보유주식 폭락, 무역보험공사의 모뉴엘 보험금 지급 거부 등 악재가 겹쳐 손실액만 1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은행권의 회수가 어려워진 대출금이 총 2618억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들은 담보 없는 대출뿐 아니라 담보대출의 상당부분도 회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충당금을 쌓는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순손실로 이어진다. 또 동부건설 협력업체 1713개사와의 거래액도 3179억원 규모여서 협력업체들이 도산할 경우 충당금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전선의 분식회계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한전선은 회수할 수 없는 매출채권을 회수 가능한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하다 당국에 적발돼 지난달 초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채권은행들은 2013년 말 대한전선 대출 7000억원가량을 출자전환했는데 당시 주가는 2500원이었지만 대한전선의 마지막 거래일 주가는 1200원으로 반 토막 났다. 증권가에서는 은행권의 손실액이 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도 악재다. 은행들은 모뉴엘 관련 여신 6768억원 가운데 무역보험공사가 지급을 보증한 3265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연평균 어음부도율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어음 교환액(3178조2505억원) 중 부도액은 6조232억원으로 집계돼 연평균 부도율이 0.19%에 달했다. 2001년(0.38%) 이후 가장 높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은행 손실 한달새 1조… 中企 돈줄 가뭄 우려
입력 2015-01-08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