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7일 ‘땅콩 회항’ 사건 당사자들을 기소하면서 당시 비행기를 회항시켰던 기장에게는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기장은 조현아(41·여) 전 대항항공 부사장에게 부당한 협박을 받은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출항한 배의 선장처럼 기장은 비행기 문이 닫힌 시점부터 기내 모든 상황을 통제할 권한을 지닌다. 권한만큼 책임도 크다. 항공보안법은 기장에게 탑승 중인 모든 승무원과 승객, 화물의 안전을 지킬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사건이 불거졌을 때 조 전 부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던 기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기장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일개 승객의 신분이 됐다. 기장에게 운항 관련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는 ‘승객이 기내에서 피운 난동’이 된다.
이 난동을 기장에 대한 협박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 논리다. 조 전 부사장은 비행이 종료된 이후 인사 조치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협박은 기장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조직폭력배가 칼을 들고 ‘비행기를 돌리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기장을 협박했다면 기장이 비행기를 돌렸다고 해도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기장과 조 전 부사장 중 한 명에게 책임을 물으면 나머지 한 명을 처벌하기 힘들어지는 법리구성상의 문제도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의 난동을 협박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장이 협박의 피해자가 돼야 한다. 반면 기장에게 책임을 묻게 되면 조 전 부사장의 행위는 제압당했어야 마땅한 소란 수준에 머물게 돼 가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비행에서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을 함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 대검 간부는 “언제든 운항과 관련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비행기를 모는 기장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처럼 기장에 대한 형사 처벌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검찰, 조현아 지시로 비행기 돌린 기장 형사 책임 왜 안 물었을까
입력 2015-01-08 01:10 수정 2015-01-08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