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車의 통 큰 투자 재계 전체로 확산됐으면

입력 2015-01-08 02:40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까지 총 81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가뭄 속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간 공장 신·증설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정보기술(IT) 확충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모두 80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6일 발표했다. 연평균으로 치면 20조2000억원으로, 이전 최대 투자액이던 지난해 14조9000억원보다 35%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를 통해 미래자동차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업계의 리더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읽힌다.

투자계획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전체 투자액의 76%가 국내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간 현대차는 해외공장 신·증설에 치중하고 국내 투자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이번 결정의 의미는 크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만큼 일자리 창출 등 대규모 낙수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를 씻어내는 것은 물론 경기 부진에 시달려 온 우리 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분위기 쇄신에도 한몫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인데도 정몽구 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해 이 같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상당수 기업이 올해 투자계획을 선뜻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어려울 때마다 공격적 투자를 해 온 정 회장 특유의 역발상 경영철학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살아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룹 차원에서도 착실한 투자 이행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신년 벽두에 기업가 정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5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를 향해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혁신으로 한국경제의 새 도약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한 현대차그룹의 화답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기업들의 투자 결단이 속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