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생 선교단체 다락방전도협회 “자애원 여고생들 초청 공부 가르치며 정 나눠요”

입력 2015-01-08 01:21
이화여대 다락방전도협회가 개최한 ‘여학생 미래캠프’에 참가한 이철환 작가(왼쪽)와 이화여대 및 대학원 학생들, 남해자애원 여고생들이 6일 서울 서대문구 다락방전도협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하의 찬바람이 불던 6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에 위치한 다락방전도협회. 이 건물 3층에 위치한 예배당에서는 은은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여학생들의 찬양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잔한 멜로디 위에 주기도문 문구를 사용한 ‘주기도송’이었다. 예배당에 모인 이들은 서울 이화여대 학생과 이 학교 대학원생 12명, 그리고 경남 남해 남해자애원 소속 여고생 7명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소설 ‘연탄길’로 유명한 작가 이철환씨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제가 드리는 말씀이 여러분께 ‘답’이 아닌 ‘질문’이 되었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참가자들에게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경청했다.

다락방전도협회가 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행사의 이름은 ‘여학생 미래캠프’였다. 다락방전도협회는 이화여대 교목실이 1960년 설립한 초교파 선교단체로 이단 시비가 있는 다락방(세계복음화전도협회)과는 다른 곳이다. 이 단체는 설립 당시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전도와 봉사활동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해 농어촌 지역을 방문하거나 소외된 이웃을 서울로 초청해 나눔을 실천해왔다.

올겨울 캠프에 남해자애원 여고생들을 초청한 건 다락방전도협회와 이들 학생 간 인연 때문이었다. 남해자애원은 부모가 세상을 뜨거나 이혼해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이 입소해 있는 보육시설. 다락방전도협회는 지난해 7월에도 남해자애원 여고생들을 초대해 같은 이름의 캠프를 열었다.

안선희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남해자애원 아이들을 다시 초청한 것은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자립심과 주체적인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만났을 때보다 아이들이 더 밝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캠프에서 ‘선생님’ 역할을 맡은 대학생·대학원생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여고생과 여대생, 대학원생은 다락방전도협회 건물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령 국어국문학부 학생들은 여고생들을 상대로 글쓰기 교실을 열며 영상미디어학부 학생들은 영상물 제작법을 가르친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4학년 김경선(23)씨는 캠프 기간 아이들과 함께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며 올바른 운동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동참했다. 여고생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반갑게 인사할 때면 기분이 묘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남해자애원 학생들 역시 캠프 프로그램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지방의 한 대학 물리치료학과 진학을 앞두고 있는 김모(19)양은 “캠프 선생님들이 대학에 가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준다. 이틀 뒤면 캠프가 끝난다는 게 벌써부터 아쉽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