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622년(광해군 14년)이었다. 육당 최남선이 쓴 ‘조선의 상식’에 따르면 당시에는 남쪽에서 들어온 신령스러운 풀이란 뜻의 남령초(南靈草)로 불렸다. 토양이 담배에 적합해 전래된 직후부터 전국에서 재배됐다. 특히 ‘서초(西草)’라고 명명된 평안도 담배의 질이 가장 빼어났다. 서초는 중국에 가는 사신이 반드시 지참하는 특산품이었다.
전라도의 진한초, 황해도의 곡산초, 경기도의 금광초도 인기 품목이었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전매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경작지를 제한하고 품종을 획일적으로 개량한 탓에 지역 특산품 수준이었던 질이 아주 낮아졌다.
담뱃값이 지난 1일부터 오르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풍선효과의 부작용도 눈에 띈다. 전자담배는 작년보다 20배 정도 더 팔렸다. 직접 말아 피우는 수입산 담배인 ‘롤링 타바코’까지 등장했다. 중년층 이상의 세대에게는 익숙한 ‘개비 담배’가 재출현했다. 구멍가게나 학교 주변, 극장 앞 가판대와 노점 등에서 한 개비씩 팔리다 사라진 옛 풍속도다.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점 거칠다. ‘꼼수 증세’에 대한 가격 저항을 넘어 가히 ‘담배 전쟁’이라할 만큼 격앙된 반응이 많다. 급기야 담뱃값 인상을 이끈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했다. 예상외의 반감에 정부도 놀랐음이 분명하다.
이 와중에 정부의 또 다른 잔머리가 포착됐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값이 싼 ‘봉초(封草)’ 생산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 일부 언론의 질타를 받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봉초는 잘게 썬 담뱃잎을 종이봉투에 넣어 파는 담배다. 종이에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운다. 맛은 독하고 몸에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익이 적어 전매청(현 KT&G)이 1988년 생산을 중단했으나 올 하반기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 값을 올렸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싼 담배를 내놓겠다는 정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담배 전쟁
입력 2015-01-0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