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한민수 문화체육부장이 김성수 CJ E&M 대표를 만나다

입력 2015-01-09 03:59 수정 2015-01-09 16:14
김성수 CJ E&M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본사 대표실에서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아시아 최고의 문화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지난해 나온 CJ E&M의 대표작. 영화 '명량'의 한 장면.
지난해 나온 CJ E&M의 대표작.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지난해 나온 CJ E&M의 대표작.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지난해 최다 관객을 모은 영화는? 직장과 직장인 신드롬을 몰고 온 화제의 드라마는? 정답은 각각 ‘명랑’과 ‘미생’이다. 이 영화와 드라마를 한번도 보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정치적 논란이 더해지며 관객 1000만 명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인 영화 ‘국제시장’까지. 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만들었다. 그 회사의 CJ E&M의 김성수 대표(53)를 6일 서울 마포구 본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길래 미리 사전 질문지를 주고 인터뷰 시간도 50분 정도로 잡았다. 그런데 말문이 터지자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김 대표는 “내 꿈과 희망은 아시아 넘버 원 스튜디오 만드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열정적이었다.

-지난해를 평가하면.

“사업 내용을 점검하고, 목표를 다시 잡는 시간으로 보냈다. 모든 사업 분야가 트렌드나 환경 변화에 둔하게 가는 것이 보이더라. 다시 배열하고 조정하느라 한 해가 바빴다. 버릴 채널은 버렸고 강화할 건 강화했다. 베이스에 있는 일정한 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 제작 시스템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이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역량, 마지막으로 세일즈 역량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방향은 잡았나.

“디지털(Digital)과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Globalization)이었다. 두 축을 놓고 조합을 만들어봤다. 모든 사업을 어떻게 디지털화하고 글로벌 기반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 사업 분야를 쪼개고 해부하고 수술하고 재조합 해봤다. 방송의 경우 채널은 많아지고 광고시장은 줄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것이다.”

-지난 8월 게임 분야를 분리했는데.

“재무적으로는 이익 소스를 하나 빼앗긴 결과지만, 들어온 현금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부분을 미래지향적으로 재 포진시켜야 된다는 게 우리의 답이다. 특히 방송 쪽은 지상파 포함해 모두가 힘들어 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 구조에 빠르게 적응 시킬 것인가가 관건인 것 같다. 채널 재정비에 신경 썼다.”

-해외시장 진출은 어떻게 되고 있나.

“콘텐츠 사업은 에이전트 등을 통해 파는 방법이 첫 번째인데 적자가 날 일이 없다. 두 번째는 현지사업이다. 현지사업을 시작하려면 몇 년 까먹어야 할 만큼 시간과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식의 사업을 해온 적이 없다. 자리가 잡히면 라이선스만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생긴다. 가령 베트남 국영방송 VTV3(예능 채널)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같이 만들게 된다. 좋은 PD들을 많이 보내 회사를 키워주고 예능에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로 확장시킬 수 있다. 광고 회사도 따로 만들어 광고주를 유치하고 콘텐츠를 적극 팔아야한다.”

-규모로 보면 중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중국은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인력이나 0이 하나가 더 있다(10배 큰 규모라는 의미). 하지만 ‘하이리스트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 시장이다.”

-지상파에서 E&M으로 많이 옮겨오고 있다.

“와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한과 책임을 모두 준다. 이직한 식구들이 우리 신입을 키우고 있는 게 가장 큰 효과다. 공채 PD만 100명이 넘는다. 좋은 인력이 들어와 나영석 신원호 김원석 감독 밑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게 우리 비전이다.”

-지난해 가장 애착을 가진 프로그램은 뭔가.

“‘미생’이다. 잘 만들었다. 콘텐츠는 TPO(Time·Place·Occasion)가 중요하다. 명량, 미생, 국제시장이 다 그렇다. 작품이 보편성이 있어야 하고 나오는 시점, 환경과 얼마나 맞아 떨어지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질 때 가치가 폭발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명량은 지도자에 대한 갈증. 국제시장은 아버지들의 대한 갈증. 미생은 직장인들의 갈증을 채워줬다고 생각한다. 종방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콘텐츠를 만들 때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서 그 시점에 어떤 일이 있을까 상상을 많이 해야 한다고’.”

-2015년 방송과 영화는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경제가 힘들거라는 얘기가 많더라. 국민들은 새로움을 원할 것 같고 허전할 것 같고 위로받고 싶을 것 같다. 이 상황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 토크쇼도 많이 변할 거다. ‘스마트 엔터테인먼트’로 가려 한다. 지적 콘텐츠와 메시지를 고급스럽게, 재밌고 지루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

-국제시장은 1000만을 돌파할까.

“13~14일로 예상한다. 아버지와 향수. 딱 두 가지 코드밖에 없다. 좌파우파 논란을 하는데 나는 무식해서 그런 거 잘 모른다. 우리 역사를 보고 느끼는 공감이다. 감독도 아버지 생각이 나서 만든 것, 그 것밖에 없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말을 만드는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과징금을 매겼다.

“CGV는 냉정하다. 자신들이 예측한 대로 개봉관을 내준다. 우리가 역차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국제시장도 CGV에서 개봉을 한 주 당겨 달라고 했다. 걸 영화가 없다고, 우리는 해주지 않았다. CGV는 자사 이익을 극대화 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회사다.”

-공연 투자 방식이 바뀌었다.

“현재 공연 시장은 제작비가 오르고 해서 수익성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 ‘킹키부츠’처럼 메인 투자 형식으로 갈 것이다. 시장성이 있는 개발 위주로 하려고 한다.”

-음악 분야 계획은.

“여럿이 있지만 어느 하나 1위 사업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듣는 음악 쪽으로 포커징하려 한다. 페스티벌과 콘서트가 큰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을 어떻게 키울지도 고민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대표적 회사로 꼽히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E&M이 좋은 인력을 받아 제대로 키워주고 있는지 고민스럽다.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획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리서치, 빅 데이터 등을 가지고 있는가 등이다. 회사 수준이 결국 직원들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수준을 올리려면 모두가 을이 돼야 한다. 을의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

-1993년 음악방송으로 시작해 지금처럼 성장했다. 앞으로 누구와 경쟁할 건가.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우리나라 관련 리포트에 ‘한국엔 문화밖에 없다’고 쓴다고 말하더라.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인 것 같다. E&M도 해외 투자를 멈추고 국내시장만 집중하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계속 해외에 투자한다. 그간 밑거름과 구조를 많이 바꿔 놨기 때문에 올해 어떻게 이 판을 굴리는지가 중요하다. 올해부터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회장(이재현), 부회장(이미경)은 문화산업에 대한 본질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재벌보다 전문경영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다. 머니게임으로만 보면 이미 접었어야 하는 문화산업에 20년 동안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문화산업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통찰력)가 있다.”

김성수 대표는

문화 산업 선도 컨트롤타워

대면 인터뷰 안하기로 유명

김성수 CJ E&M 대표는 1962년 서울 태생으로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1994년 APEX 마케팅 팀장, 1995∼2000년 투니버스 방송 본부장, 2000년 온미디어 총괄본5부장을 거쳐 2003년 온미디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9년 CJ E&M 방송사업부문 대표로 일했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E&M 대표이사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문화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는 대면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내 자신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이 두렵다.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면 그걸 명예인 줄 알고 그러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그걸 경계한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아시아 넘버 원 스튜디오를 내면 그때 다시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한민수 문화체육부장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