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소견이 보입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것과 더불어 행동요법이 필요합니다. 식이요법은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평소에 섭취하던 열량보다 500∼1000㎉ 정도를 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혈압도 조절이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 자주 안정 상태의 혈압을 측정하시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여 약물치료와 체중조절 등의 비(非)약물적 관리를 계속하시기 바라며 혈압은 135/85㎜Hg 미만으로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하순 내게 배달된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의 종합소견 중 일부다. 아마 내용만 다를 뿐 새해에도 이런 종류의 종합소견을 받아보는 이들이 많을 줄 안다. 이른바 정기 건강검진 시즌이다. 해마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정기검진 수검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다. 어떤 이는 기본 검진 프로그램에 위암과 대장암 발병위험을 스크리닝하는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추가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심장 CT나 뇌 MRI로 심뇌혈관의 동맥경화 정도를 더 체크해 봤을 것이다.
보통 1∼2년 주기로 반복하는 정기검진. 과연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참고 수치가 병기되지만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잖은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받고 있는 정기검진은 사실 질병검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는 현재 질병이 있고 없고를 가리는 데 필요한 검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건강 상태가 좋고 나쁨을 판정하는 검사가 아니란 말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앞으로 어떤 병에 걸릴 것인지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다음 검사 때도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진 결과도 보통 우리가 일을 할 때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질 것에 대비해 머리를 쓰고 노력을 하는 것과 같이 대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초대 소장을 지낸 닥터유와함께의원 유태우 박사의 조언이다. 과거보다는 현재, 그리고 현재보다는 미래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람들은 검사를 받고 나서 별 이상이 없다고 하면 마치 미래의 건강까지 인증받은 듯 행동하기 일쑤이다. 늘 그래왔듯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담배를 계속 피운다든지 맵고 짠 음식을 즐겨 찾는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검진 결과 보고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검사결과와 종합판정, 그리고 상담의의 지시사항이다. 이 중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검사결과와 종합판정이다. 검사 수치가 정상범위 안에 있는지, 벗어나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상담의의 지시사항이다. 현재 비만하므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잘못된 식생활을 개선하라는 지시, 눈 속 시신경 유두에 이상이 있는 듯하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지시 따위를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 당장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활습관 개선과 원인 규명을 소홀히 하다간 어느 순간 몸 건강이 무너지고 만다.
이를 막으려면 의사의 지시를 준수해야 한다. 이는 검사결과 일부 수치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회천재조(回天再造). 교수신문이 우리나라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꼽게 한 결과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뜻의 정본청원(正本淸源) 다음으로 많은 지지를 받은 말이다. 회천재조는 ‘어지러운 상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라를 건설한다’는 뜻이다.
검진 결과 보고서를 읽는 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현장의 안전 지킴이 시방서(示方書)와 같은 의사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실천할 때 몸 건강도 유지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기수] 건강진단 결과 읽는 법
입력 2015-01-0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