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머리에서 무릎으로

입력 2015-01-08 00:09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여정은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길’이라고 합니다. 불과 40㎝의 거리입니다. 그러나 평생 지나도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르는 여행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내가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분노하고, 먼저 사과하려 하다가도 자존심 때문에 화해를 못하기도 합니다. 진리 가운데 살아야지 하지만 욕심 때문에 나의 유익만을 추구하며 살 때가 많습니다.

로버트 폴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개인과 집단, 사회와 세계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덕목들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배웠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서로 양보해라’ ‘질서를 지켜라’ ‘먼저 사과해라’ ‘함께 나눠라’ 등은 모두 유치원에서 듣고 실습했습니다. 이런 단순한 진리들을 성인이 되어도 잘 지킨다면 참 좋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우리 마음에 감동이 되어 삶 가운데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끌어오는 힘은 어디서 시작될까요. 바울은 기도에서 비롯됨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머리에서 깨달은 진리들을 가슴으로 끌어내려 그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그 뜻을 마음에 품고 성령의 능력으로 실천하게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러므로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라고 기도합니다. 바울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이 되지 않음을 알았기에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바울은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탁월한 설교를 통해 에베소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구원받게 했으며 병든 자들을 낫게 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이 본인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베소 교회를 떠나서도 성령의 능력이 공동체 가운데 임하여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가운데 거하도록 중보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 없이는 어떠한 은혜의 결실도 맺지 못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고린도전서 3장 6∼7절에서 바울은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무를 잘 심고 거름을 잘 주고 가지치기를 잘해도 결국 가장 큰 영양분인 햇빛이 비치지 않는다면 나무는 쉽게 병들고 자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하나님의 은혜의 햇빛이 비쳐야만 믿음도 자라고 신앙의 결실도 맺을 수 있습니다. 은혜의 햇빛은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비쳐집니다. 기도할 때 하나님이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5만번 기도의 응답을 받은 조지 뮬러는 매일 성경을 펴고 무릎 꿇어 기도함으로 그의 사역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기도는 우리의 소망과 바람이 하나님께 접근하도록 하는 거룩한 통로입니다.

새해에 바라고 계획한 꿈과 사역을 놓고, 무릎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내 힘과 노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라고 성장케 하시는 분은 하나님임을 고백하며 하나님께 우리의 문제를 가지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기도가 풍성하다면 자녀교육과 가정의 계획, 교회의 사역 등 모든 일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정원재 세종중앙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