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고 측 대리로 민사소송을 낸 A변호사는 재판장이 법정에서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가 “원고는 관공서 감사를 받고 있어서 임의조정이 어렵다”고 밝히자 재판장이 “공무원 XX들 하여튼”이라고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조정을 거부하자 재판장이 ‘원고 대리인 변론에 문제가 많다’고 역정을 냈다”며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법관 평가서를 냈다.
반면 B변호사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도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이는 재판장을 보고 “법의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피고인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아도 일단 경청한 뒤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B변호사는 “재판장이 법정에 있는 피고인 가족들에게 관심을 당부하는 경우도 많아서 가족들의 심정까지 충분히 헤아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변회(회장 나승철)는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법관(27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관 평가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접수된 평가서 5783건을 종합한 결과 평가된 법관 1741명의 평균 점수는 73.2점(100점 만점)이었다. 5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50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법관은 16명이었다. 평가에는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945명이 참여했다.
서울변회가 공개한 문제 법관 사례를 보면 한 재판장은 공판 기일마다 처음 20∼30분을 피고인 질책에 썼다. “이런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작성해본 적이 없다”며 조정을 강요하거나 공인중개사인 증인이 진술을 능숙하게 못하자 “저런 사람이 무슨 공인중개사를 한다고”라며 비아냥거린 판사도 있었다. 서울변회는 낮은 점수를 받은 법관의 이름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우수 법관으로는 서울고법 조용구 부장판사와 여운국 김진석 판사, 서울동부지법 김환수 부장판사, 인천지법 송미경 판사, 서울서부지법 정문경 판사 등 6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평균 96.30점을 받았다. 김환수 부장판사는 3년 연속 우수 법관으로 뽑혔다.
우수 법관은 공통적으로 소송 당사자 심정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록을 꼼꼼히 읽고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법관, 차분한 태도로 균형 있게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이런 판사 있지만… 욕설하고 증인 비웃고, 이런 판사도 있다… 상식 안 맞는 변명도 경청
입력 2015-01-07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