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살 빠지는 약 개발… 부작용 적고 음식 안 먹어도 먹은 것처럼

입력 2015-01-07 02:43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정모(34)씨는 둘째아이를 낳은 뒤 체중이 불어 고민이다. 두 아이 돌보느라 운동할 여력이 없어 10㎏ 정도 불어난 체중은 1년 가까이 빠지지 않고 있다. 정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해져 다이어트 클리닉에라도 다녀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정씨 같은 이들을 위해 먹기만 하면 살이 절로 빠지고 부작용도 없는 알약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소크연구소가 복용하면 음식을 먹은 것처럼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살이 빠지는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 책임자인 로널드 에번스 박사는 6일 과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다이어트 물질 ‘펙사라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복용 후 장(臟)에서만 작용해 부작용이 거의 없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 황성순 서재명 박사가 논문의 제1, 2저자로 참여했다.

펙사라민은 ‘파렌소이드 X 수용체(FXR)’에 작용한다. FXR은 음식물을 섭취할 때 활성화돼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새 음식이 들어오니 기존에 축적된 에너지를 비우도록 하는 것이다. 펙사라민은 FXR을 속여 마치 음식을 먹는 것처럼 몸에 신호를 준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살을 빼준다. 에번스 박사는 “이 약은 ‘상상 음식’과 같다”며 “(음식을 먹지 않아도)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와 똑같은 신호를 몸에 보낸다”고 했다.

기존에도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살 빼는 약’이 있었다. 다만 약이 혈액에 흡수돼 각종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켰다. 연구진은 “펙사라민은 장에서만 작용해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험용 비만 생쥐에 5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 증가가 멈추고 지방이 감소했으며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졌다.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슷한 다이어트 약 연구에서) 동물실험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물질이 사람에게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낸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실제 사람 장기에 영향이 없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