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롤링 타바코’ 청소년 무방비

입력 2015-01-07 03:54 수정 2015-01-07 08:54
한 시민이 롤링 타바코 판매점인 서울 마포구 동교동 파이브스토리에서 담배를 말고 있다. 연합뉴스

올 초 담뱃값 인상 이후 수입산 조립식 담배 격인 ‘롤링 타바코(rolling tobacco·말이 담배)’가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정부 부처 내에서는 롤링 타바코 판매의 위법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롤링 타바코는 흡연자가 연초(煙草), 담배 종이, 필터를 구입해서 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다. ‘봉초(封草)담배’가 연초만 파는 데 비해 롤링 타바코는 필터까지 함께 팔아 직접 말아 피우기가 더 용이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고 미국과 호주 등에서 주로 수입한다.

국내에 생소하던 롤링 타바코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개비당 100∼150원 정도로 200∼250원 정도하는 일반 담배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고 청소년도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담배와 술은 인터넷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롤링 타바코는 일반 담배와는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자 2명에게 구입 의사를 밝혔더니 미성년자 여부 확인 없이 택배비 포함 1세트를 1만6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롤링 타바코가 담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롤링 타바코가 담배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담배의 청소년 판매를 단속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6일 “롤링 타바코가 담배사업법에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청소년에게 롤링 타바코를 판매한다고 해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즉 완성품 담배만을 담배로 규정하고 재료별로 각각 따로 파는 롤링 타바코는 담배로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반면 담배사업법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의견을 달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롤링 타바코의 재료 중 하나인 연초를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된 담배 중 ‘각련’으로 볼 수 있다”며 “롤링 타바코의 한 부속품인 필터와 담배종이 판매는 단속할 수 없지만 연초 판매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롤링 타바코가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 내 롤링 타바코에 대한 입장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석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롤링 타바코는 엄연한 담배”라면서 “외국에서 담뱃값 인상 이후 롤링 타바코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 만큼 당국도 명확한 규정을 통해 불법 인터넷 판매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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