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부 집권 3년차 (하)] 권력형 게이트… 삼풍 등 대재난… 3년차 징크스 못 피했다

입력 2015-01-07 03:40 수정 2015-01-07 15:55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집권 3년차이던 2000년 만찬을 위해 직전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서로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집권 3년차 DJ(김대중)·YS(김영삼)정부에서는 모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됐다. DJ정부에선 여권 실세들이 대형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왔고, YS정부에서도 ‘측근 비리’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미래권력’을 향한 여권 내 세력 갈등 또한 가열됐다. DJ와 YS, 두 당시 대통령은 각각 남북 정상회담과 ‘과거사 바로잡기’로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집권 3년차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역시 박근혜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DJ정부, 남북 정상회담 그러나 ‘권력형 비리’로 휘청=DJ정부 3년차인 2000년의 하이라이트는 분단 이후 처음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DJ는 6월 13∼15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등 5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 합의에 따라 8월 15∼18일과 11월 30일∼12월 2일,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의 극적 상봉이 이뤄졌다. DJ는 12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처음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전격 추진은 ‘총선용 신(新)북풍’이라는 보수야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4·13총선을 불과 3일 앞두고 전격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시 여당이던 국민회의는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꾸고 총선에 임했지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패했다. 273석 중 133석을 야당이 차지했고 여당은 115석을 얻는 데 그쳐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졌다.

‘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등 잇달아 터진 권력형 비리는 레임덕을 앞당겼다. 여권실세 로비 의혹이 도마에 오르면서 민심 이탈도 본격화됐다. 여권 내 권력 다툼 또한 DJ의 국정 장악력을 떨어뜨렸다. ‘양갑(兩甲)’이라고 불린 권노갑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의 라이벌 관계는 동교동계 패권 다툼을 대표했다.

여야가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 또한 높았다. 대표적 사례는 7월 민주당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다.

◇지방선거 참패·삼풍백화점 붕괴…‘과거청산’ 카드로 국면전환=YS정부 3년차인 1995년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2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지방선거 연기를 획책했다는 비밀 문건이 뒤늦게 폭로돼 야당은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였다. 또 4월에 터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로 101명이 사망했고 145명이 다쳤다.

국민들은 잇달아 터진 사고에 효율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정권을 불신했다. YS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는 6월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그대로 반영됐다. YS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인 민자당(한나라당을 거쳐 현 새누리당으로 변화)은 광역단체장 5자리만 가져갔고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 10곳을 내주는 참패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는 악재가 터졌다.

위기에 몰린 YS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4000억원이 시중은행에 100억원짜리 40개 계좌로 분산 예치돼 있다”고 폭로했고, YS는 비판여론에 힘입어 검찰 수사를 지시했다. YS는 12·12와 5·18을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규정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박차를 가했다. 헌법재판소는 검찰의 신군부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소통령’으로 불린 YS 차남 김현철씨 비리가 또다시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일 “박근혜정부가 올해 경제 살리기 등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민심 이탈이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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