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배움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써 주세요. 지금이라도 이런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제주 구좌읍 송달리에 사는 김경수(81·사진) 할머니가 평생 모은 귀중한 돈을 제주대 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놨다. 김 할머니는 지난 5일 제주대를 찾아 1억원을 전달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중인 김 할머니는 지난달 말 병실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 4·3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김 할머니에게 가난으로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일은 한으로 남아있다. 거친 흙 밭을 일구며 여동생을 뒷바라지해야 했고 6남매를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었다.
이런 어머니의 뜻을 자식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자녀들은 ‘장학금 기부자 자녀들의 드리는 글’을 통해 “의연하신 의지로 단호한 결정을 내리신 어머님께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기부한 돈은 평생 한여름 뙤약볕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해 모은 쌈짓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60대 여성이 “소방관을 위해 써 달라”며 지역 소방서에 6000만원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0월 60대 여성 A씨가 송탄소방서를 찾아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써 달라’는 메모와 함께 60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놓고 갔다.
소방서 측은 A씨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순직하거나 퇴직한 소방공무원 자녀 30명에게 1인당 100만∼4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소방공무원들에게 잘 전달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평생 농사일로 모은 1억원 제주대 기탁
입력 2015-01-07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