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정보 유출 1년] 아직도 불안한 고객들… 피싱·스미싱 등 금융사고에 노출 ‘스트레스’

입력 2015-01-07 00:45 수정 2015-01-07 09:38
지난해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3사의 1억건 고객정보 유출은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보 유출 사고가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드결제 정보’란 사실이 고객들을 더 꺼림칙하게 했다. 어디선가 부정사용으로 요금 폭탄을 맞진 않을지, 또 다른 금융사기의 피해자가 되진 않을지 늘 긴장하고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당시 유출된 정보는 이름, 주민번호, 카드번호, 집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주소, 직장정보, 카드결제계좌, 카드결제일 등 십여 가지에 이른다. 처음 정보 유출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일 수도 있겠다던 생각이 조회 후 ‘자신의 일’로 다가왔다.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 이용한 적이 있어 정보가 새나간 사례도 많았다.

금융 당국은 불안해하는 고객들이 직접 유출된 항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각 카드사 홈페이지에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접속이 몰리면서 당일엔 시스템이 마비됐다. 시스템 개시 이틀 만에 조회 수가 국민카드 275만건, 롯데카드 116만건, 하루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농협카드는 80만건을 기록했다.

고객들은 당장 대책 강구에 나섰다. 카드 재발급과 해지가 줄을 이었다. 해지를 해도 개인정보가 카드사에 저장된다는 소식에 일부는 탈회를 선택했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이 나서 “CVC 번호(카드유효성 검사코드)와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은행 영업점과 백화점 고객센터에는 100여명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콜센터에는 수시간 동안 대기음이 울리기도 했다. 고객들은 이러한 수고를 감내하고라도 불안감에 재발급·해지를 위해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 달여 만인 지난해 2월 1일 기준으로 3사에서 탈회 84만건, 재발급 383만7000건, 해지 228만3000건이 집계됐다.

사고 초반 금융 당국은 유출된 정보가 모두 회수됐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검찰 조사결과 대출모집인에게 일부가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객들은 불안에 불신을 더하게 됐다. 카드사들은 정보 유출과 관련해 2차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보상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안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몇 차례 카드 부정사용 사례가 적발됐으나 카드사들은 정보 유출과는 무관한 금융사기라고 일축했다.

스트레스는 직접적 피해뿐만이 아니다. 피싱, 스미싱 등 각종 금융 사고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고객은 아직도 불안하다. 늘어난 스팸문자 역시 ‘정보 유출로 인한 것 아닐까’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만 치부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두낫콜(Do not call) 제도 등을 시행해 동의하지 않은 텔레마케팅을 금지하고 있지만 걸려온 전화에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걸었느냐”고 까칠하게 답하게 되는 것까지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공공재’가 돼버린 주민번호를 바꿔 달라는 청원까지 나왔다. 지난해 5월 이모씨 등 6명은 서울 노원구청장 등이 주민번호 변경을 거부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현재 부여된 주민번호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구청에 주민번호 변경을 요청했지만 현행법상 어렵다는 답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씨는 소송에 패했지만 지난해 말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또는 재산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번호 변경 신청을 허용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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