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착한 가격’ 승부… 그림 쇼핑 시대 열리나

입력 2015-01-07 03:34
지난해 10월 뉴욕 어포더블 아트페어 광고.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예술작품은 심각한 게 아니며, 부담 없이 쇼핑하듯 구매하면 된다고 강조한다.어포더블 아트페어 제공
지난해 3월 런던에서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 1만 달러 이하의 작품을 내세워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을 미술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쇼핑하듯 작품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청바지 차림의 뉴요커’ ‘쇼핑백처럼 작품을 무더기로 들고 가는 미모의 홍콩 여성.’ 예술작품 소장은 소수 부유층이나 향유하는 문화라는 통념을 깨는 이 장면은 지난해 뉴욕과 홍콩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광고다.

컬렉션 대중화 시대를 표방하는 국제적 아트페어인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상륙한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2010), 홍콩(2013)에 이어 3번째다. 한국에 진출하는 첫 글로벌 아트페어라는 점에서 국내 미술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포더블 아트페어 김율희 한국지사장은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9월 10일부터 4일간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을 개최한다”며 “기존 페어와 차별화하는 50만∼1000만원 이하의 대중친화적 가격대 작품으로 샐러리맨 컬렉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페어에는 국내외 총 80여개(아시아 50%, 서양 50%) 갤러리가 참여해 동서양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미술품을 소개한다. 박영덕화랑, 선화랑 등은 그동안 어포더블 아트페어(이하 어포더블) 해외 행사에 참여해왔다.

어포더블은 1999년 ‘윌 람지(Will Ramsay) 페어 컴퍼니’가 런던에서 시작했다. 15년의 짧은 역사지만 뉴욕, 암스테르담 등 전 세계 13개 도시로 확산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윌 람지는 바젤 아트페어 홍콩의 공동 창설자이기도하다. 성장세의 배경은 ‘부담감이 적은’ 작품 가격이다. 1만 달러 이하의 가격을 내세워 구매 욕구는 있으나 ‘가격 벽’에 앞에서 주저했던 30, 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런 이유에서 영어 ‘어포더블(affordable·가격이 알맞은)’을 제목으로 했다. 예술이라는 아우라를 걷어내고 집안 장식을 위해 조각 작품을 사는 등 실용성과 함께 재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도 마케팅 포인트다.

어포더블이 한국에서 신규 컬렉터 시장을 창출하며 명실상부한 국제적 아트페어로 자리 잡을지, 시장을 잠식하는 또 다른 중복이 될지가 주목된다. 현재 한국에는 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를 비롯해 30여개의 아트페어가 난립 중이다. 키아프 관계자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미술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전략을 펼지 촉각을 세웠다.

어포더블 측은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의 갤러리와 유명 화가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등 미술시장 공급자들이 글로벌 수준을 갖췄다는 게 그 이유다. 아울러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디자인 감각을 갖췄지만 예술을 지나치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장은 “해외 어포더블은 75%의 기존 컬렉터 외에 25%의 신규 고객이 작품을 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 미술시장을 키우는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