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쟁사회 속에서 크리스천은 ‘같이 사랑’하는 기독교의 사랑을 실천하고,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을 자처해 그리스도의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나루터로 신반포중앙교회(김성봉 목사)에서 개최한 제42회 월례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사회의 정신적 방향과 교회의 영성’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봉배 전 감신대 총장은 “20세기 최고의 영성이라 불리는 헨리 나우웬(Henry Nouwen)의 삶을 통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기독교 영성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이고 살벌한 현대사회에서 나우웬은 ‘사랑(compassion)’이라는 개념을 대안으로 내놓았다”며 “경쟁이란 무자비하고, 자기중심적인 형태인 데 반해 기독교의 사랑은 ‘같이(com)’ ‘열정적인 사랑(passion)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의 사랑을 쉽게 설명하자면 ‘상대방의 고통과 슬픔을 나의 고통과 슬픔처럼 여긴다는 것으로, 상처와 두려움, 혼란과 고뇌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비린내 나는 생존경쟁 속에서 이웃의 고난을 자신의 고난으로 여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나우웬은 하나님과 독대하는 경험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장은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으로 이웃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면 병들고, 버림받은 자들을 위해 사랑과 동정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며 “흔히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과 개인의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며 개인의 신앙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우웬은 수직적 경험과 동시에 공동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수평적 신앙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서울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권력과 부, 폭력과 전쟁이 아닌 십자가의 헌신과 섬김을 바탕으로 하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주님의 십자가를 선포하고 십자가의 복음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지워진 작은 십자가를 지고,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한다”며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추구해야 할 기독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부활은 십자가에서 잉태됐고, 십자가는 부활을 낳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세상은 십자가 없는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교회는 십자가 아래 다시 모여 부활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원장은 발표자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며 “정부 복지예산은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한다”며 “정부 정책이 미처 돌보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교회가 사랑과 자비의 손길을 뻗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치유하는 데 있어 교회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공동체와 관계 중시… 그리스도 평화 구현하자” 기독교학술원 월례발표회
입력 2015-01-07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