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경제가 심상찮다. 지속되는 유가 하락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가능성 등으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5일(현지시간) 폭락했다. 각국이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환율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발 리스크는 글로벌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 국제 금융시장은 한바탕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외부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새해 개장 직후 연이틀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새해 벽두부터 해외 악재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걱정스럽게 하는 안팎의 요인은 하나둘이 아니다.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국제 유가는 원유 생산에 크게 의존하는 신흥국들을 어려움에 빠뜨려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엔화의 가파른 약세와 중국의 금리 인하 및 위안화 절하 가능성, 유로화 약세 추세 등도 걱정스럽다. 또 예상대로 오는 4월 중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들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신흥국의 불안은 곧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조짐이 ‘뉴 노멀’로 인식될 만큼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만 증가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의 구조적 부진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난마처럼 얽혔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2015년은 한국경제의 분기점이다. 침체와 성장의 기로에 놓인 ‘골든타임’인 셈이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비장한 각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정부는 구조개혁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천명한 대로 노동·금융·교육·공공부문의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된다.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추진해 나가야겠다. 아울러 대기업·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중소 및 중견기업·내수중심으로 바꾸는 데 매진해야 한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세계경제 구조 하에서는 내수 활성화가 답이다. 수출 일변도의 인식에서 벗어나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겠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의 가장 큰 역할은 사업을 일으켜 사람을 고용하고 이익을 내 재투자를 통한 기술 혁신과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투자와 고용, 기술 혁신, 배당’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책임 경영이며, 이는 사회 전체에 엄청난 승수효과를 가져온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 기업의 책무 수행, 가계의 합리적 소비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불씨를 지펴야겠다.
[사설] 요동치는 세계경제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해야
입력 2015-01-0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