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방위산업체에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관리·감독은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아까운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추산한 낭비 금액을 다 합치면 6000억원을 넘는다.
감사원은 지난해 5∼7월 방위사업청과 3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방사청은 경쟁이 가능한 품목에 대해 ‘방산물자’ 지정을 수시로 취소할 수 있음에도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사실상 관련 업계의 독점 공급을 보장해줬다. 3년에 1회만 지정취소 대상을 추천받았고, 2007년 이후 ‘경쟁가능’ 사유로 지정이 취소된 사례는 13건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때문에 방산업체의 재료비, 인건비, 적정 이윤 등이 보전됐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감사원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전체 1317개 방산물자 중 237개 품목의 경쟁이 가능했다. 이들 품목을 ‘일반원가’가 아닌 ‘방산원가’로 책정한 결과 2009∼2013년 손실을 본 금액이 3818억원에 달했다.
방사청과 각 군의 부실 관리로 문제가 된 군수품은 축전지부터 전투기 엔진까지 다양했다. 2012년 2월 국방부는 ‘국방규격’ 제품인 차량용 축전지에 대해 상용제품과 병행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다. 일반제품이 더 싸고 편의성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육군 군수사령부는 국방규격만 고집해 연간 24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 노력을 등한시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구축함용 가스터빈 엔진과 국산 경공격기 FA-50 엔진은 부품 전량이 수입 조달됐다. 결과적으로 평시 수입 부품 가격이 폭등하거나 생산 중단될 경우 전투력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고, 전시에는 핵심 부품 수입이 제한될 경우 방산물자 확보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산설비에 투자한 자기자본 비용을 보상해주는 제도도 낮아진 시장 이자율을 반영하지 않는 바람에 보상 기준이 적정가를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자율이 1997년 13.39%에서 2013년 3.19%로 낮아졌지만 방산설비 보상 기준은 1997년 12%에서 2006년 13%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로 인한 과다 지급 보상금만 2175억원에 이른다고 감사원은 추산했다.
방산물자에 대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심의도 유명무실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449개 방산물자 중 407개를 심의 없이 방산진흥국장 전결로 처리됐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혈세’ 새는 방위산업
입력 2015-01-07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