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 일당이 480만원을 넘어선 안 되는 피고인에게 일당 800만원을 허용해준 ‘황제노역’ 판결에 검찰총장이 법을 잘못 적용했다며 ‘비상상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피고인의 노역 일당은 8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미 확정된 판결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혐의로 기소된 고철업자 문모(53)씨에게 내려진 판결 중 노역장 유치 부분을 파기했다고 6일 밝혔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8월 문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4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일당 800만원으로 계산해 300일 동안 노역하도록 했다. 판결은 문씨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확정됐다.
그러나 이 판결은 지난해 5월 개정된 형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정 형법은 벌금 5억∼50억원을 미납하면 500일 이상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노역 판결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개정된 규정이다. 문씨의 경우 벌금이 24억원이어서 500일간 노역하면 일당 480만원이 된다. 재판부는 이렇게 바뀐 형법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일당 800만원에 유치토록 판결했다. 공판검사도 이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이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며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판결에 법령 적용이 잘못된 것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취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법원은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문씨의 일당 800만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상상고 인용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하루 800만원 황제노역 안된다”
입력 2015-01-07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