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수사]“박지만 회장, 비선 보고 싫지는 않았을 것”
입력 2015-01-06 04:27 수정 2015-01-06 11:11
박지만(57) EG 회장이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구속 기소) 경정에게서 ‘비선 보고’를 받은 시기는 2013년 6월부터다. 이 기간 박 회장이 열람한 청와대 내부 문건은 최소 17건에 이른다. 박 회장이 비선 보고를 더 오래전부터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5일 “객관적 물증이 있는 게 그 기간이며, 그 이상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지난해 3월 23일 박 회장은 비선 보고를 하는 박 경정에게 “미행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측근 전모씨를 통해 주문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정윤회(60)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보도한 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박 경정이 작성한 ‘회장님 미행 관련 건’이라는 4쪽 분량 ‘소설’을 읽은 뒤 미행을 확신했다.
사실 이 미행설의 진원지는 박 회장의 먼 친척 김모씨였다. 김씨는 “2013년 말 박 회장에게 ‘정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미행의 근거를 확인해 건넨 말이 아니었다. 경기도 남양주 한 카페 사장 아들의 오토바이 미행을 운운하며 ‘필력’을 발휘했던 박 경정도 박 회장이 ‘회장님 미행 관련 건’ 문건을 청와대에 내려 하자 적극 만류했다.
박 회장이 오랫동안 받아본 문건들에는 청와대 내부 보고가 이뤄지기 이전 상태의 보고서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박 경정의 출력 기록을 토대로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를 전씨에게 제시해 읽어본 것인지 묻는 방식으로 ‘비선 보고’ 사실을 일일이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측근 전씨를 통해 문건을 전달받아 본 뒤엔 전씨에게 폐기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왜 ‘비선 보고’를 받았을까. 박 회장을 두 차례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에 대해 “싫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박 회장을 문건 유출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그의 자택이나 근무지를 한 차례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청와대 문건의 흐름이 파악되는 곳마다 압수수색을 활발히 진행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은 보고를 받은 것에 불과했고, 유출 지시 등 구체적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다.이경원 문동성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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