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로드!… 744일 만에 천적 누른 KT

입력 2015-01-06 04:11
전창진 부산 KT 감독이 5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 종료 16초 전 찰스 로드(13점·10어시스트·9리바운드)가 트리플더블을 아쉽게 놓친 채 5반칙으로 퇴장당하자 따뜻하게 안아 주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KT 선수들은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 전부터 독이 올라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모두 몸을 사리지 않고 모비스 선수들을 괴롭혔다. 모비스는 턴오버를 22개나 쏟아내며 무너졌다. 악착같이 뛴 KT는 마침내 모비스전 12연패에서 벗어나며 지긋지긋한 ‘천적관계’를 청산했다.

5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KT와 모비스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 KT는 76대 62로 이기고 744일 만에 모비스전 승리를 맛봤다. KT가 모비스전에서 이긴 것은 2012년 12월 22일(83대 79·사직실내체육관) 이후 처음이다. 이날 승리로 KT는 17승17패(5위)로 5할 승률에 도달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개인 첫(KBL 기준) 트리플더블(21점 14리바운드 10블록슛)을 달성한 KT의 찰스 로드는 이날 트리플더블급(13점 10어시스트 9리바운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조성민도 29점을 쓸어 담으며 힘을 보탰다.

모비스는 이날 패배로 25승8패를 기록, 지난해 11월 2일부터 유지했던 선두 자리를 서울 SK(26승8패)에 내준 채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가게 됐다.

전창진 KT 감독의 승부수는 모비스의 쌍포 문태영과 함지훈을 틀어막는 것이었다. 승부수는 주효했다. 둘은 KT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문태영은 8득점, 함지훈은 2득점에 그쳤다.

1쿼터를 17-16으로 앞선 채 마친 KT는 2쿼터 들어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32-23으로 KT의 9점 차 리드였다. 3쿼터 종료 7분 20여 초 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KT는 공격리바운드를 3번이나 잡아냈고, 결국 조성민의 외곽포로 공격을 마무리 지었다. 스코어는 41-27로 벌어졌다. 3쿼터 종료 때도 짜릿한 장면이 연출됐다. 로드는 문태영의 슛을 블록한 다음 속공 상황에서 버저비터 덩크슛을 터뜨리고 포효했다.

KT는 54-37로 앞선 채 마지막 4쿼터에 들어갔다. 4쿼터 후반 팬들의 관심은 로드의 트리플더블 달성 여부에 쏠렸다. 로드는 경기 종료 1분 54초 전 조성민의 3점슛을 도와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미 13점 9리바운드를 기록한 로드는 아쉽게 트리플더블을 달성하지 못하고 경기 종료 16초 전 5반칙으로 물러났다. 로드는 환하게 웃으며 전 감독의 품에 안겼다.

전 감독은 경기 후 “수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며 “수비에서 잘한 게 승리 요인이다. 상위권 팀들과 만나면 우리 선수들이 주눅이 들었는데, 오늘은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치고 편하게 경기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로드에 대해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나와 충돌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내 말을 잘 듣고 있으며 경기력도 좋아 지고 있다. 재기할 수 있게 (내가) 도와 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 프로농구 1위 팀 춘천 우리은행은 KDB생명을 73대 59로 꺾고 1위 자리를 여유 있게 지켰다. 우리은행(18승1패)과 2위 인천 신한은행(14승5패)의 승차는 4게임으로 벌어졌다. 공동 5위였던 KDB생명은 꼴찌로 추락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