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수사] 정윤회 “오명 벗게 돼 다행”이라지만…

입력 2015-01-06 03:47
검찰은 36일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풀기 위해 총 22명의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해 9월 업그레이드된 최신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IDEAS)을 활용해 주요 관련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및 위치 정보를 분석하고, 통신·이메일·신용카드 내역 등 객관적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1년간 정윤회(60)씨의 휴대전화 발신 장소는 대부분 서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홍천과 횡성에서 발신한 내역은 1년간 네 차례에 그쳤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정씨의 거주지가 서울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의 전제조건인 ‘정씨가 홍천 인근에 은거하면서 매월 2회 상경했다’는 대목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른바 ‘십상시(十常侍)’로 거론된 인사들 중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을 제외하고는 정씨와 전화통화를 한 이들이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비서관 등은 시사저널과 세계일보가 관련 보도를 한 직후인 지난해 3∼4월과 11월에 각각 수차례 정씨와 통화한 게 전부라고 한다. 이런 자료들은 검찰이 ‘십상시 회동은 없었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검찰 수사가 일단락된 5일 정씨는 “희대의 국정 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다행”이라는 소회를 내놨다.

그럼에도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 암투의 실상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여론이 높다. 정씨 및 십상시의 강남 정기모임이 없었다는 것, 박관천 경정의 문건이 허위라는 점만으로 국정개입 의혹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고소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정씨를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인사개입 압력을 시사하며 이 의혹에 힘을 실었다. 그간 검찰은 여러 차례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가 수사 대상”이라며 수사 범위에 선을 그었다. 야당이 고발한 정씨의 인사개입 등 의혹을 밝히는 것은 남은 과제다.

여기에다 대통령기록물 유출범들의 범행 동기가 여전히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지만 회장 부부 관리 차원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