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청와대 대통령기록물의 무분별한 유출 실태가 확인됐다. 조응천(53)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관천(49·구속기소) 경정에게 지시해 박 회장에게 비밀이 포함된 청와대 문건 17건을 비선 보고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던 박 회장은 대통령기록물 생산 당일 이 문건들을 받아보고 있었다.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의 말에 창작을 더해 문건을 만들었다. 박 경정은 “정윤회와 ‘십상시’의 정기 모임이 있다” “정씨가 김기춘 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과장했다. 박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국세청 인사를 평가한 부분은 정씨가 “국세청이 엉망이다. 국세청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각색됐다.
박 경정은 짜깁기한 문건의 신뢰도를 높이려 욕심을 부렸다. 닷새 뒤인 1월 6일 조 전 비서관에게 보고할 때 “십상시 모임의 ‘스폰서’ 역할인 박 전 청장이 모임에 참석해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진이 세계일보를 고소한 뒤에도 “신빙성은 6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검찰에 불려온 ‘제보자’ 박 전 청장과 그의 정보원 6명은 일제히 “찌라시였다”고 했다.
이렇게 전달된 문건에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내용만 있었던 게 아니다. 중국 현지 유력 인사의 집안 내력, 기업인들이 조세 포탈에 연루됐다는 첩보까지 박 회장 측에 흘러들어갔다. 정씨에 대한 비방 문건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전달됐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이 구체화된 시기 역시 묘하게 지난해 1월이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로의 유출 경로는 그간 검찰이 밝힌 그대로였다. 박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장실에 보관한 26건을 한모(45) 경위가 무단으로 복사했다. 박 경정은 문건들을 수시로 출력, 쇼핑백에 담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위가 최모(사망 당시 45) 경위와 기업체 직원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는 이를 세계일보에 넘겼다. 세계일보 조모 기자는 최 경위와 1년간 550회 통화했다.
이경원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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