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차르”

입력 2015-01-06 04:54

강만수(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주홍글씨와도 같은 ‘고환율 정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강 전 장관은 5일 출간된 비망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펼쳤던 고환율·감세 정책을 적극 옹호 내지는 변명했다. 그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환율을 정상화하고 높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을 재벌 봐주기로, 과도한 소득세율 인하나 정치폭력 같은 종합부동산세 경감을 두고 부자 감세로 매도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전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기재부 장관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었다. 그가 재임할 당시 저금리·고환율 정책으로 물가가 급등했고, 환율 개입 때문에 한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부자 감세로 재정적자를 가져왔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는 세간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환율이 무너지면 모든 경제 정책이 실효성을 잃는다며 ‘환율 주권론’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은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환율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외환시장의 절대군주 ‘차르’라고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2008년 당시 적정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야 했음에도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한 포럼에 나가 적정 환율을 970∼980원이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환율이 하루에 20.9원이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환율에 대한 최종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왜 남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환율 관리는 화폐 발행액이 증감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다”며 “(강 전 장관의 환율 개입은) 한은 독립성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마음대로 동원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 장관은 현재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양극화를 꼽았다. 정치적 갈등은 타협 없는 대립, 다수결의 파괴를 불러와 ‘불임 정치’를 낳고 경제적 양극화는 저투자, 과도한 가계부채, 전투적 노조를 불러와 ‘저성장 경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박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