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이 가미된 대중음악에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은 클래식 음악을 듣기 꺼린다. 이른바 음악 편식 중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서정실(46·서울 봉원교회)씨는 청소년의 ‘클래식 음악 보급화’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찾아가는 희망의 소리 해설 있는 음악회’를 통해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떠먹여준다. 그것도 클래식 기타로 말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묶은 서씨가 클래식 기타를 은은하게 연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송년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그를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음악은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거예요. 하나님이 주신 음악이란 재능으로 기독교의 향기를 나타내고 싶어요.”
그에게 음악은 다른 사람들과 아름답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음악이란 달란트로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일들은 너무 많다. 현재 ㈔희망의 소리의 음악 감독인 그는 음악과 문화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찾아가는 희망의 소리 해설 있는 음악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7년 동안 90여개에 달하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공연했다. 학교 뿐 아니라 회사, 병원, 군부대, 해외 오지까지도 찾아간다. 특히 음악을 접하지 못한 네팔, 방글라데시, 알제리, 모로코, 미얀마 등에서 자선연주를 통해 세계 곳곳의 청중들과 만나고 있다.
문화가 소외된 지역일수록 이 음악회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한국 선교사님이 운영하시는 네팔의 한 학교에서 연주했는데 학생의 60%가 고아였죠. 외양간을 개조한 곳에서 연주를 했는데, 평생 음악회라는 것을 알지 못한 이 친구들이 연주를 들으며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사했어요.”
또한 그는 자선음악단체 ‘뷰티풀 마인드 채리티’의 연주자로서 장애인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는 한편, 장애 학생들의 음악지도를 맡고 있다. 음악치료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전문 연주자로 만드는데 목적을 둔다. 이 교육은 사랑반(시각장애인) 행복반(발달장애, 복합장애) 희망반(저소득계층)으로 나눠지며 교사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무료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사들의 눈물어린 헌신으로 올해 시각장애인 학생이 서울예고에 합격했고, 몇 년 전에도 장애학생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의 인생이 되어버린 ‘클래식 기타’. 그는 어떻게 음악을 접하게 됐을까. 클래식 기타는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공대 공부보다 음악공부가 더 좋았다. 1학년 때 클래식 기타 ‘오르페우스’ 동아리에 들어가 처음 이 악기를 배웠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잘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기타는 저에게 끝까지 풀고 싶은 퍼즐이었어요.”
공과대학 2학년을 마친 1991년, 클래식 기타에 확신을 가진 그는 그에게 주어진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음악가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 맨해튼 음악학교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그의 부모는 “좋아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굶더라도 기타 연주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아들을 말릴 수 없었다. 유학생활은 즐거웠다. 유학생활 석사과정을 포함한 6년 동안 신나게 공부했고 성적도 좋았다. 그가 확신했던 것이 옳았다.
할머니의 믿음을 시작으로 3대째 신앙을 물려받은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005년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암 전이로 인해 한 달에 무려 3번의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련은 오히려 음악활동의 지경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
“아내와 저는 이때 하나님과 담판 짓는 기도를 했어요.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기도했죠. 이 일을 계기로 아버지(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그리고 아내와 함께 희망의소리 사역을 시작했어요. 신기한 것은 아내도 저도 힘들었지만 배짱이 있었어요. ‘이러하다 아내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했지만 ‘적당히 힘들다가 고난이 지나 갈거야. 하나님이 알아서 잘 해주실거야’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하나님은 인간에게 어려운 시련을 주시고 그 안에서 더 큰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케 하신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결국 그가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음악가의 인생으로 바꿔주셨다.
“나이 들어서도 감동을 주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최종 목표로 음악공부 하기 힘든 여건의 장애인들을 위한 전문음악학교를 꼭 짓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클래식 기타리스트 서정실 “희망의 소리로 행복을 선사 합니다”
입력 2015-01-07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