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타협정치’ 언제 그랬냐는 듯… 해 바뀌니 옥신각신

입력 2015-01-06 00:08

여야가 지난해 말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특위 구성 등에 일괄 타결했지만 실제 합의 이행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는 당시 ‘약속과 신뢰의 정치’라며 잔뜩 의미를 부여했지만 두루뭉술한 합의 탓에 해가 바뀌자 각자 제 말만 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여당이 요구해온 담뱃값 인상 등 주요 현안을 합의해주고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은 관철하지 못해 ‘현찰을 주고 어음을 받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달 23일 합의했던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6일에야 첫 여야 간사 회동을 갖는다. 자원외교 국조 범위와 증인 선정 등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에 한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범위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만나는 날짜도 조율하기 힘들다”며 “국정감사에서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문제를 여야 할 것 없이 지적해서 국조를 하게 된 것인데 이전 정부까지 물타기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정부까지 하고 싶으면 따로 국조특위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증인 채택도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상득 전 의원의 국정조사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모든 의혹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고 증인 채택에서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전 대통령 출석 요구가 전 정권 망신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가 정치공세 도구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은 애초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를 요구하다 자원외교 하나만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새누리당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오는 9일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규명을 위해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증인 채택도 여전히 줄다리기 중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도 6일 증인 선정 문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지만 의견 차가 크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 이재만 총무비서관뿐 아니라 김영한 민정수석, 정호성 안봉근 1·2부속비서관도 당연히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검찰 수사 결과로 이미 명백하게 허위로 드러난 사실을 놓고 국회 운영위를 열어 관계자들을 부르려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특위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특위 위원 명단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은 위원장에 주호영 정책위의장, 간사에 조원진 의원을 비롯해 전체 위원 명단을 확정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위원 명단을 최종 조율 중이다. 특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가 동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국민대타협기구를 우선 가동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여야 연말 협상에서 여당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야당은 지지층과 당내 반발에도 담뱃세 인상, 부동산 3법 등을 다 통과시켜준 반면 야당의 요구 사항은 여전히 논란 중이기 때문이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던져놓은 낚싯줄은 많은데 뭘 건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자원외교 등 협상에서 우리 당이 디테일에 약했다”고 평가했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