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北 입장서 본 ‘남북 대화’] 美가 옥죌수록 궁지 南에 공들여야 실익

입력 2015-01-06 00:40
미국의 새 대북 제재로 다소 스텝이 꼬였지만 신년 초부터 불어온 남북 간 훈풍 조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이 느끼는 ‘남북대화의 매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조만간 양측 간 대화와 협상 테이블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 격해질수록 북한 최고 지도부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로 집권 4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경제적 실익을 얻겠다는 각오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북한이 우리 대화 제의에 응할 요인이 더 늘었다”며 “제안을 수용하는 것과 걷어차는 것을 비교하면 수용 쪽의 외교적 실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과는 3차 핵실험을 통해 관계가 틀어졌고, 일본은 단 ‘1달러’의 원조도 줄 마음이 없다”며 “러시아 역시 유가하락 변수로 여유가 사라진 만큼 북한 입장에서 기댈 곳은 남한뿐인 형국”이라고 했다. 꽉 짜인 동북아 질서 속에서 가능한 퇴로가 대부분 차단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강하게 옥죌수록 남한으로 눈길을 돌리게 돼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양적으로도 입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12∼2015년 신년 공동사설, 신년사에서 언급된 주요 키워드의 언급 횟수를 분석해 “정상회담이 타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2012년 ‘선군(先軍)’, 2013∼2014년 ‘강성국가’ 등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던 반면 올해엔 ‘북남’이 8번이나 언급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차 남북 정상회담도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경제적 실익이 큰 점도 북한발(發) 남북대화 국면이 ‘정치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 등 전제조건이 까다롭게 보여도 금강산과 원산의 관광특구 개발로 얻게 될 북한의 이득이 더 커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납북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 독자 제재를 풀었을 때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긴 했지만 ‘5·24조치’ 해제 여부도 결국 주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