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당국 관계자는 5일 “서울서부지검 수사팀도 초기에는 조 전 부사장 구속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지 않았다면 “비대해진 집단분노가 검찰과 법원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이라는 고백도 있었다. 법원도 집단분노를 무시하지 못했다. 서울서부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굳이 수치화하자면 이런 사건에선 국민 다수의 분노를 10% 정도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적 토양으로 형성된 집단분노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효과를 가져오고, 나아가 사회 변혁의 힘이 됐다. 반면 자칫 마녀사냥 같은 또 다른 비합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비단 땅콩 회항 사건만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지난해만 해도 세월호 참사, 육군 가혹행위, 통합진보당 해산,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을 두고 끊임없이 집단적으로 분노했다. 하지만 집단분노에 정치권이 개입할 경우 본질은 외면 받고 국론만 분열된다.
사회학자들은 이 집단분노에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악습을 고치는 사회 전반의 문제제기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동반하고 막무가내로 ‘희생양’을 만드는 집단광기로 흘러가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조 전 부사장이 구치소로 향할 때 많은 사람이 후련해했지만 “과연 구속까지 이를 일인가”하며 고개를 갸우뚱한 이도 적지 않았던 건 이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국민 전반의 의사인지, 특정 집단의 입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집단분노에 대한 판단은 늘 딜레마”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갈 때는 늘 명과 암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3·4면
이경원 정부경 전수민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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