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했지만 미국 내 인종차별 이슈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됐다. 뉴욕과 오클랜드에서는 백인 밀집지역의 유명 브런치 식당을 순회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는 ‘블랙 브런치’ 시위가 유행처럼 번졌다. 뉴욕 경찰들은 총격사건으로 사망한 경관의 장례식에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에게 또다시 ‘등 돌리기’로 굴욕을 안겼다.
야후 뉴스는 지난 주말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등지에서 흑인 인권운동가들이 레스토랑에 들어가 연좌농성을 벌이는 이른바 블랙 브런치 시위가 다수 발생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 특히 백인 청장년들이 주말을 즐기는 대표적인 시간인 ‘브런치 타임’(늦은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시간대)을 집중 공략했다. 수십명의 시위대가 롤리스, 마이알리노, 퍼싱스퀘어 등 시내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에 들어가 공권력에 의한 인종차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에서 28시간마다 한 명씩 흑인들이 경찰에 의해 희생된다”며 경찰에 의해 희생당한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 등의 이름을 외치고 관심을 호소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체포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식사를 방해받은 손님이나 식당 점원과 시위대 간 언쟁과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잠시 식사를 중단하고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찍힌 다수의 사진이 퍼졌다. 이 사진들은 ‘블랙 브런치’라는 해시태그(SNS 검색 키워드)를 통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열린 뉴욕 경찰총격 사망사건의 희생자 중국계 류웬지안 경관의 장례식에서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추모사를 낭독하는 동안 경찰 수백명이 항의의 제스처로 등을 돌리는 시위가 또다시 발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식당 점거 ‘블랙 브런치’… 진화한 인종차별 시위
입력 2015-01-0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