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문건을 빼냈다며 다음과 같이 문건 작성·유출 경위를 설명했다.
귀가 번쩍 뜨인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의 말에 창작을 더해 문건을 만들었다. 박 경정은 “정윤회와 ‘십상시’의 정기 모임이 있다” “정씨가 김기춘 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과장했다. 박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국세청 인사를 평가한 부분은 정씨가 “국세청이 엉망이다. 국세청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각색됐다.
박 경정은 세간의 미행설을 궁금해하던 박 회장에게도 경기도 남양주 카페의 주인과 아들을 운운하며 ‘필력’을 발휘했다. 박 회장은 이후 정씨의 미행설을 사실로 믿게 됐다. 하지만 박 경정은 박 회장이 이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려 할 때에는 적극 만류했다.
◇문건, 이렇게 유통됐다=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문건을 작성해 보고할 때마다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박 경정과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를 경유하는 비선 보고는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계속됐다. ‘정윤회 문건’을 포함해 박지만 부부 주변 인물의 동향보고서 9건 등 총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이 박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 중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렇게 전달된 문건에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내용만 있었던 게 아니다. 중국 현지 유력 인사의 집안 내력, 기업인들이 조세포탈에 연루됐다는 첩보까지 박 회장 측에 흘러들어갔다. 정씨에 대한 비방 문건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전달됐다.
세계일보로의 유출 경로는 그간 검찰이 밝힌 그대로였다. 박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장실에 보관한 26건을 한모(45) 경위가 무단으로 복사했다. 한 경위가 최모(사망 당시 45) 경위와 기업체 직원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는 이를 세계일보에 넘겼다. 세계일보 조모 기자는 최 경위와 1년간 550회 통화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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