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수사] 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회장에 전달한 문건 내용은?

입력 2015-01-06 04:30 수정 2015-01-06 10:48
박관천(49) 경정은 박지만(57) EG 회장의 측근 전모씨에게 대통령기록물 원본 17건(공무상비밀 10건 포함)을 전달하고,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에 14건의 청와대 문건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경정이 전씨를 통해 사인(私人)인 박 회장에게 ‘비선 보고’한 문건에는 박 회장 부부와 주변 동향뿐 아니라 다수 기업인의 사생활 및 비자금 조성, 탈세 의혹 등 비리 첩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6월에는 ‘VIP(대통령)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VIP 친분과시 등) 보고’ 문건을 넘겼다. 이 문건에는 “중국 현지 유력 인사 S씨의 집안 내력과 경력, 중국 내 영향력, VIP 친인척과의 친분 과시 동향, VIP 친인척과의 친분을 통한 한국 대기업 M&A 투자금 모집” 등의 내용이 담겼다. S씨에 대한 문건은 이후 ‘S’ ‘S2’ 등의 제목으로 세 차례 더 박 회장에게 전달됐다.

박 경정은 같은 해 8월 ‘전북지역 군부대 이전 관련 VIP 인척 유착설 유포 동향’ ‘240억원 법인주식 횡령 피의자와 VIP 인척 유착 관련 동향’ 문건도 박 회장에게 넘겼다. 12월에는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 과시자 동향 보고’란 문건을 건넸는데 “K씨가 박지만·정윤회 등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으로 7억원 정도를 들고 가야 한다’라고 함”이란 내용이었다. K씨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낸 박 회장 외당숙의 처조카 김모씨다. 그러나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정윤회가 인사를 다 해먹는다’는 얘기가 나와 맞장구를 쳤을 뿐 근거 없는 말이었다”고 진술했다.

박 경정은 ‘H사 회장 P씨’에 대한 문건도 같은 해 6월 두 차례 건넸다. “수입 금액 누락 등을 통한 자금세탁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전 정권에서의 재산 축적 경위 의혹” 등의 내용이었다. “P씨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약점을 잡은 뒤 청탁에 불응하면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대목도 있었다.

박 경정은 이외에도 “K사의 L씨가 공천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을 수수하는 등 다수 관계자로부터 공천 관련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 “I사의 O씨가 처 명의로 토지와 차명주식을 취득하는 등 탈세 의혹이 있다. 공사 수주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공여한 혐의가 있다” 등의 문건도 박 회장 측에게 전달했다. 일부 문건의 경우 민간인 불법사찰의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박 경정이 유출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인 데다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에 접수한 공소장에도 등장인물과 회사명 등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로 확보한 청와대 내부 문건을 향후 사정수사의 첩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다수의 경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에 개입했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 “(관련자들) 기소와 별개로 경찰 차원에서 조사와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며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예고했다. 강 청장은 또 정보심의관(경무관)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지호일 강창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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