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건 사태 종결은 청와대 쇄신이라야

입력 2015-01-06 02:07
검찰이 5일 청와대 문건 유출 및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은 풍문을 과장해 짜깁기한 것이고, ‘십상시’ 모임은 사실무근이며, 박지만씨 미행도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구속된 박관천 경정과 함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한모 경위 등 3명이 기소됐다.

검찰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시작부터 논란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문건 내용은 루머이며 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언급했고, 이어 7일에는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수사는 대통령 언급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이미 여론조사에서는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공직 인사 개입 정황, 이들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권력 암투,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 등 어느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 물론 검찰은 ‘계속 수사’라고 밝혔지만 검찰의 행태상 더 이상 의미 있는 수사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니 정치권이나 여론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것이다.

검찰이 ‘찌라시 사건’으로 결론낸 것과는 별도로 박 대통령이 문건 사태를 이 정도 수준으로 마무리짓는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사실 이 사안은 사법적 영역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었다. 청와대 자체 내에서 해결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정치적 사안이었다. 검찰로 넘겼다는 것 자체가 청와대 내부 기강이 엉망이고, 통제 관리가 부실하며, 대통령 참모들의 부적절한 처신들이 얽혀 있다는 증거다.

누구보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이 크다. 문건 유출을 예방하지 못한 관리 책임뿐 아니라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련자 색출과 문서 회수에 무능력하게 대응했다. 안한 건지 못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했다. 비서실장임에도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관리 통제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비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문건 유출 등이 단순히 행정관과 비서관이 저지른 불장난이라 하더라도 김 실장의 책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다. 장(長)으로서 김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운영에 무한 책임이 있으며, 비서관들의 숨소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운영의 난맥상 기저에는 박 대통령의 일방적 비밀주의적 국정운영 방식이 깔려 있다. 인사 개편 등 쇄신책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공직사회 혁신의 동력이 빠르게 꺼질 수도 있다. 누가 누구더러 혁신하라고 하느냐는 공직사회의 냉소가 급속히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도 더욱 굳어지게 된다. 비선 실세 의혹이나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일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