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김문영(73) 할머니는 아버지 김영환(1918∼1945)씨의 유골을 두 번 가슴에 묻었다. 아버지는 1942년 19살 아내와 두 살배기 김 할머니를 남겨둔 채 일본군 군속으로 징집돼 태국 포로수용소에서 식량운반 작업을 했다. 김 할머니는 5일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집으로 가끔 엽서를 보냈다”며 “엽서에 해도 그리고 달도 그리고. 특히 제가 너무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간절한 엽서는 해방을 코앞에 둔 1945년 7월 26일로 끊겼다. 해방 직후 귀국한 동료 손에 들려 유골가루로 그리운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1976년 느닷없이 일본 정부가 ‘또 다른 아버지 유골’을 보내왔다. 마치 동물의 뼈를 씻은 것처럼 새하얗고 커다란 뼈다귀 두 개가 도자기 안에 있었다고 김 할머니는 전했다. 김 할머니는 “처음엔 어디서 돌아가신 줄도 몰라 사이판을 찾아 위령제를 지냈다”며 “훗날 태국에서 돌아가신 것을 알았지만 일본 정부는 정확한 사인마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슬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아버지 김씨가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전범들과 합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할머니는 2013년 7월 “합사를 철폐하라”며 강제동원 피해자 27명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도쿄지방재판소에 낸 소송에 원고로 참가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일본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아버지는 대한민국 사람이지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절대 아니다”며 “유족에게 말 한마디 없이 전범들과 합사시킬 수 있느냐. 이런 파렴치한 인간들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나라와 국민들의 관심을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양민철 기자
징용 부친 유골이 2구… 어느 가족의 아픈 역사
입력 2015-01-06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