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마 김태호 PD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토토가’의 여운이 이렇게 진할 거라고요.
시청자들의 시간을 1990년대로 돌려놓았던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지난 3일 막을 내렸습니다. 가수 섭외부터 화제였던 ‘토토가’ 특집은 본 공연이 공개되면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1부는 19.8%, 2부는 22.2%의 시청률을 기록했죠. 2부의 순간 시청률은 무려 35.9%까지 치솟았습니다.
김건모, 소찬휘, 엄정화, 지누션, 이정현, 터보, S.E.S, 조성모, 김현정, 쿨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의 ‘그때 그 모습’은 반가움을 넘어 뭉클했습니다. 어떤 가수는 너무 그대로여서, 누구는 세월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어서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 했죠. TV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니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고요.
시간여행의 여운은 방송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여전합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토토가’ 수다가 끊이지 않습니다. “유물을 발견했다”며 쿨, 핑클, S.E.S의 카세트테이프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도 있습니다. ‘토토가를 올바르게 시청하는 방법’이라며 뚱뚱이 텔레비전으로 방송을 보는 모습을 찍어 올린 네티즌까지 등장했습니다. 시즌2를 제작한다면 어떤 가수가 나오면 좋을지 토론을 벌이는 광경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원차트 역주행도 계속됩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벅스, 소리바다, 네이버, 다음 음원사이트에서 일간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엄정화의 ‘포이즌’도 지니, 올레뮤직에서 일간차트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터보의 ‘러브 이즈’나 ‘화이트 러브’는 지지난주 음원차트를 휩쓸더니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쿨의 ‘애상’,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 등도 인기입니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선 ‘토토가’ 본 공연을 가수별로 편집한 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유튜브에선 출연 가수들의 옛날 뮤직비디오까지 다시 화제입니다.
수많은 ‘토토가’ 후기 중에 눈에 띄는 글이 있더군요. “아버지가 왜 가요무대 보는지 알겠다.” 네티즌들은 “공감되는데 슬프네” “‘토토가’ 즐기면 나이 먹은 건가” “부정할 수 없다”라고 씁쓸해했는데요. 추억여행에 흠뻑 젖어든 네티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나이 먹는 게 서글픈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토토가’가 남긴 건 1990년대의 추억만이 아니었습니다. 흘러갔기에 더 아름다운 ‘찬란한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사실도 되새기게 됐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방송 끝나도 뜨거운 ‘토토가’ 여운… “아빠가 왜 가요무대 보는지 알겠네”
입력 2015-01-06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