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그이름교회’ 평일엔 작은 도서관… 일요일엔 예배당으로

입력 2015-01-06 03:40 수정 2015-01-06 11:24
5일 경기도 용인 소소한작은행복도서관에서 어린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곳은 평일에는 도서관이지만 일요일에는 예배당으로 변한다.

경기도 용인 ‘소소한작은행복도서관’(관장 양민식 목사)은 이름처럼 규모가 작고 개인이 운영하는 것 외에는 겉으로 보면 흔한 도서관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도서관장은 목회자다. 평일에는 도서관이지만 일요일에는 예배당으로 변한다. 이름도 주일이면 ‘그이름교회’로 바뀐다.

도서관인 교회를 세운 데 대해 양민식 목사는 5일 “조금 더 지역사회에 밀착된 교회를 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카페교회’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시에 문 열고 닫기가 어렵겠더라고요. 그때 지인에게 사설도서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양 목사는 충남 천안 백석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경기도 용인 생명샘교회에서 청년 담당, SK증권과 분당테크노파크 등의 신우회 담당 목사로 사역했다. 서울성경연구원의 간사로도 일했다. 이어 가정교회를 시작했고 지난해 5월 도서관을 열며 ‘그이름교회’를 개척했다.

도서관 공간은 66㎡(20평)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 유아들을 위한 온돌방, 책상이 있는 열람실이 있다.

책은 모두 5000여권이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500여권을 후원받았다. 나머지 4500여권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기증했다.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연다. 무료 이용자는 하루 평균 30여명.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방문자가 늘고 있다.

관장이 목회자여서 신앙 서적만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초등학생을 위한 일반서적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대출도 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교실도 열고 있다. 스킨스쿠버와 어린이 기자를 위한 기사쓰기 강좌를 열었다.

그이름교회는 양 목사와 아내, 둘이 시작했다. 지금은 성도가 9명인데, 모두 제 발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성도 대부분이 인근에서 인사하고 지내온 지역주민으로 불신자였다.

첫 성도는 양 목사 가족이 수년째 이용하던 미용실 원장이었다. 평소 원장과 손님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을 뿐이었고 전도하지 않았지만 양 목사가 목회자인 것을 안 후 스스로 교회를 찾았다.

양 목사는 도서관 목회라고 해봐야 별게 없다고 말했다. “그냥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예배당을 찾는 성도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뿐이에요. 책 읽던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직장생활로 지친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입니다. 그러면서 내 삶을 보여주고 같이 동화되는 거죠.”

그는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우리의 인생이 각각 하나의 책인데, 우리 성도들 개개인의 책에 하나님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이름교회는 지난달 21일 수지구청과 연계해 생필품을 넣은 ‘희망상자’ 40여개를 마련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도서기부 문의:070-7753-7700)

용인=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