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신년사에서 사내에 소통위원회를 만들어 기업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그룹 총수로서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조만간 회사 내 각 부문 및 사외의 덕망 있는 분들로 소통위원회를 구성, 얼굴을 맞대며 의견을 수렴해 기업문화를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회사 운영 전반에서 획기적인 쇄신을 이루고자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꾸겠다”며 “업무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책임경영을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위기를 딛고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해 고객들에게 신뢰를 안길 수 있는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닌 것에 대해서는 ‘그것보다는 이것’이라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치열한 항공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악조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국민과 임직원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아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고, 사려 깊은 행동을 통해 더 나은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며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더욱더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이번 일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땅콩 회항 사건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고 ‘불미스러운 일’이라고만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사는 사실상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이 대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단상에 올라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이 아침, 밝고 희망찬 화두 대신 준엄한 반성과 자성의 말씀부터 드리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과의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고 단상 아래로 내려왔으며, 지 사장이 올라가 신년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외부 공개 없이 내부 임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진 시무식은 시종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조양호 한진 회장 “사내에 소통委 구성해 기업문화 쇄신하겠다”
입력 2015-01-06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