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의구] 박근혜정부의 3년차는?

입력 2015-01-06 02:30

너무 참담해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세월호 참사로 얼룩졌던 2014년이 지나갔다.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건 파문’도 달력의 뒷장이 됐다. 이제는 감성에 이끌리기보다 냉정하고 철저하게 문제점을 짚어 재발을 막을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에게 남았다.

새해는 박근혜정권 3년차다. 권력에 익숙해진 집권세력의 도덕적 자정능력이 약화되며 각종 스캔들이 불거져 나온다는 게 ‘3년차 증후군’이다. 이미 참사와 스캔들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난 마당이다. 대통령이 각별히 내부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부 염증이 곪아터져 자칫 정국 주도력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MB정부 ‘잃어버린 세월’ 반복 막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각오를 가다듬고 청와대 비서들도 결기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정윤회 문건 파문 와중에 이미 청와대 비서들이 파벌로 갈려 치고받는 낯 뜨거운 모습이 확인됐다. 국정 문건에 나타나 있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는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이미 확인된 ‘여러 가지 불충한 일들’은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 한다. 권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청와대가 패로 나뉘어 권모술수까지 동원해 상대를 해치는 행태는 묵과해선 안 될 일이다. 책임을 물어야 할 곳에 책임을 묻지 않고 잘못된 조직을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행태로 파행이 도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연초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이 소폭에 그친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요구와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사태를 미봉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국정을 대폭 쇄신해 국민들이 마음을 붙일 자리를 주는 게 옳다.

인물만 바꿔서도 안 된다. 소통의 메커니즘 자체를 재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청와대건 내각이건 내부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좋은 소리뿐 아니라 꼭 필요한 불편한 소리가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바로 다음날 진도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던 것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소통방식이었다. 이런 과단성 있고 자신 있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신년 기자회견을 하든, 혹은 성명 발표만 하든 어쨌든 대통령이 국민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이 원하는 부분을 제대로 읽고 정확하고 분명한 대답을 줘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국정 대폭 쇄신하고 소통 적극 나서야

소통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의 부담은 매우 크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달리 부드러운 소통의 역할을 맡아주었던 육영수 여사 같은 인물이 없다. 박 대통령에겐 또 오랜 집권기간 다져진 폭넓은 측근 그룹도 없다. 따라서 국민과의 직접 대화, 측근과의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부족한 조언그룹의 기능을 스스로 보완해야 한다. 소통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제대로 된 진언이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의 질도 정비해야 한다.

되돌아보면 박근혜정부의 지난 2년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선 직후부터 권력기관의 선거개입 사건에 휘말렸고, 인사를 하면 파동이 나는 현상이 지속됐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사건까지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래도 이명박정부에 비하면 다행스러운 경우다. 전임 정부는 출범 직후 발생한 ‘광우병 파동’으로 5년 내내 정국의 주도권을 제대로 쥐어보지 못했다. 한때 국정 지지율을 10%대까지 떨어트린 광우병 파동은 이명박정권 내내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걸거나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지지율을 일시 만회하긴 했지만 국정운영의 추동력이 약화돼 임기 내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현 정부는 전임 정권 인사들의 탄식을 새겨들어야 한다. 또 다시 국정 에너지를 허투루 허비해 대한민국에 ‘잃어버린 세월’이 찾아오지 않도록 다부지게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

김의구 편집국 부국장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