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운데 한 명이 불치의 병에 걸려 7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의 선고를 받는다면? 오는 15일 개봉되는 일본 영화 ‘이별까지 7일’은 뇌종양으로 7일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와 남은 가족의 얘기를 그렸다. 그라프토베리아 팡파레라는 긴 선인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큰아들 내외가 아이를 가졌다는 통화 내용을 순간 까먹을 때 엄마는 그냥 건망증이 좀 심해진 줄 알았다.
그랬던 엄마가 뇌종양이란다. 머릿속에 탁구공만한 종양이 기억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다. 영화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다 끝내 눈물을 터트리는 뻔한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큰아들에게 “당신, 누구세요?”라고 묻는 엄마는 그동안 가슴속에만 꽁꽁 감춰뒀던 얘기를 하나둘 끄집어낸다.
어린 시절 ‘은둔형 외톨이’였던 큰아들을 위해 일을 그만두며 생활이 궁핍해졌고,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가장으로서 능력을 상실한 채 말만 늘어나 미웠지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없었다는 얘기들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영화는 ‘우리 가족’(일본의 원제목은 ‘우리 가족’)의 얘기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으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마냥 철없는 줄 알았던 둘째아들은 그런 엄마를 두고 “때 묻지 않고 해맑은 아이 같다”면서 “엄마가 정상이고 우리가 이상한 것 아니야?”라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약한 아버지는 담배를 원하는 엄마에게 피우게 해줘도 되는지, 아침 출근 전에 병원에 들렀다 갈 수 있는지를 큰아들에게 일일이 물어볼 정도로 안절부절못한다.
알고 보니 엄마는 11곳의 개인 금융권에서 300만엔을 대출하고, 아버지는 회사 빚을 포함해 6500만엔의 채무가 있었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보증인으로 내세우고 대출을 받아 섣불리 파산선고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엄마 치료비를 마련할 사람은 직장에 다니는 큰아들뿐이다. 하지만 임신 3개월인 며느리는 아이를 위해 모은 돈이라며 치료비를 보태는 데 싫은 내색을 한다.
큰아들은 “이럴 때는 웃자”라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꾸역꾸역 눌러 담을 뿐이다. 하지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건 싫다”던 엄마의 평소 외침을 생각하면서 가족들은 하나로 뭉쳐 엄마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엄마 역의 하라다 미에코와 큰아들 역의 쓰마부키 사토시 연기가 자연스럽다. 젊은 감독 이시이 유야가 메가폰을 잡았다. 12세 관람가. 117분.
이광형 선임기자
[새 영화-이별까지 7일] 뇌종양으로 7일 시한부 판정 받은 엄마와 가족 얘기
입력 2015-01-07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