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행복 그리고 웃음… 가족을 테마로 하는 동물 영화 2편

입력 2015-01-07 00:39
동물 나오는 영화 치고 대박을 터트린 게 별로 없다. 말과 기수의 우정을 다룬 '각설탕'(2006년·누적관객 126만), 강아지와 아이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마음이'(2006년·100만), 늑대를 소재로 한 스릴러 '하울링'(2012년·161만)이 10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새해 벽두에 강아지가 등장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곰이 주인공을 맡은 '패딩턴'이 관객몰이에 나섰다. 둘 다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가족'이라는 주제가 공통점이다.

◇열 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 ‘견’ 범죄 코미디=어느 순간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 버렸다. 큰딸 지소는 동생 지석이랑 엄마와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지낸 지 벌써 한 달째다.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간다는 엄마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지소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한다. 개를 훔쳤다가 주인이 찾으면 돌려주고 그 사례금으로 집을 사겠다는 것이다.

개를 잃어버려도 곧바로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 등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레스토랑 마르셀 주인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한다. 영화 ‘소원’으로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아역 배우 이레가 지소를 연기하며 이번에도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김혜자를 비롯해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스크린에 복귀했다.

개를 훔치기 위한 아이들의 엉뚱한 발상과 치밀한 작전이 실소를 자아낸다. 가족 해체와 가난 등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재기발랄한 소동과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거울 속으로’ 등 감각 있는 영상과 연출을 인정받은 김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월리 역할을 맡은 개는 모이가 놓인 대로 졸졸 따라가다 뭔가 미심쩍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목줄을 풀어주면 두 발을 곧추세우며 포즈를 취하는 등 영리하기 그지없다. 수백 마리의 개 가운데 캐스팅돼 맹훈련을 받은 결과라고 한다. 지난달 31일 개봉된 이 영화는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 4일까지 16만명을 모았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관객이 늘고 있다. 전체관람가. 109분.

◇또 한 명의 가족 패딩턴이 선사하는 코믹 어드밴처=말하는 곰 패딩턴은 루시 숙모가 태워준 배를 타고 페루에서 출발해 영국 런던에 도착한다. 갈 곳 없는 패딩턴을 우연히 발견한 매리 아줌마(샐리 호킨스)가 하룻밤 재워주기로 한다. 매리 아줌마는 곰의 이름을 패딩턴이라고 지었다. 런던의 패딩턴 역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패딩턴이 매리 아줌마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목욕을 하려다 집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리고 칫솔로 귀를 후비는 등 말썽이 이만저만 아니다. 위험평가사인 헨리 아저씨(휴 보네빌)는 곰과 같이 살면 위험도가 4000% 높아진다며 ‘부모 잃은 어린 영혼’을 돌보는 곳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우주비행사가 꿈인 아들 조나단(사무엘 조슬린)이 패딩턴을 좋아해 그나마 다행이다.

패딩턴이 런던에 온 이유는 삼촌과 숙모가 예전에 만나 우정을 쌓은 탐험가를 찾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탐험가의 딸 밀리센트(니콜 키드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연사박물관의 박제사로 패딩턴을 박제하려고 혈안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탓에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며 희귀 동물을 박제해 박물관 전시품으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귀엽고 사랑스런 패딩턴의 앙증맞고 좌충우돌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의 소설이 원작으로 추운 겨울 훈훈한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코믹 어드벤처 가족 영화다. 패딩턴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실제 곰처럼 생생하게 재현했다.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이 악역 박제사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8일 개봉. 전체관람가. 95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