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이 일부 국가를 위기로 몰아세운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유가 급락의 희생자는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의 전신 구소련이었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된 원인이 당시 유가 하락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소련은 석유 수출로 국가를 꾸려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가다. 1980∼1986년 사이 소련의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가까이 됐다. 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세계 곳곳에서 공격적인 군사작전을 펼칠 때도 고유가의 덕을 많이 봤다.
그러나 산유국들이 공급 제한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8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량을 무려 5배나 늘리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32달러에서 1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와 원유 소비 감소로 석유시장은 순식간에 공급 과잉으로 변했다.
소련의 돈줄이던 석유의 가격이 폭락하자 국가 재정은 직격탄을 맞았다. 부실한 재정으로는 미국과 체제 경쟁을 계속하는 것도 버거웠고, 연방을 유지하기도 힘겨웠다. 소련 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로 치달았고 결국 붕괴됐다.
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해 1월에서 8월까지 국제 유가는 35% 떨어졌고 루블화 가치는 74% 폭락했다. 에너지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저유가는 러시아에 치명상을 입혔다.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러시아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강력한 개혁에 나섰지만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80년대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재 러시아가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며 “여전히 재정과 수출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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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소련 붕괴, 유가 하락과 무관치 않다?
입력 2015-01-06 00:16 수정 2015-01-06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