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평가전] 무명서 ‘깜짝 스타’된 이정협

입력 2015-01-05 04:10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이정협(사진)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저 군인 신분의 무명 선수였다. 하지만 데뷔 첫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며 자신을 선택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스트라이커 자원인 이동국(36·전북 현대), 김신욱(27·울산 현대)이 부상에 시달리고, 박주영(30·알샤밥)도 중동에서 ‘노골’ 행진이 이어지면서 최전방 공격수는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 자원을 물색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4일 이정협을 제주 훈련에 불러들였다. 186㎝의 장신인데다 몸싸움을 물론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가 일품인 그를 슈틸리케 감독은 5차례나 상주 경기를 지켜보고 발탁했다.

그는 국가대표팀은 물론이고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훈련에 소집된 것 외에는 이렇다할 경력이 없었다. 자신도 “발탁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 상대의 수비진 중심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인 지난해 2월 ‘이정기’에서 지금의 ‘이정협’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정협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후 가진 인터뷰에서 “주어진 출전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는데 운 좋게 골까지 넣어 기분이 좋다”면서 “골을 넣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이동국, 김신욱 형이 다치는 바람에 기회를 잡았을 뿐”이라며 “이 기회를 살려 앞으로 형들이 대표팀에 복귀했을 때 주전경쟁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