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평가전] ‘軍데렐라’ 이정협, 원샷 원킬

입력 2015-01-05 04:12
4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 대비 최종 평가전 한국-사우디아라비아전이 끝난 뒤 손흥민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이정협(9번)을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군데렐라’(군대에서 온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이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이정협은 4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28분 조영철(26·카타르SC)과 교체돼 ‘조커’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후반 90분이 끝나고 후반 추가 시간 3분이 주어진 시각. 이정협은 왼쪽 측면에서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가 내준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미끄러지면서 밀어 넣어 골 망을 흔들었다. 종료 1분 전이었다. 한국은 ‘손날두’ 손흥민(23·레버쿠젠)이 유도한 자책골과 이정협의 골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철저한 무명 선수였던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고 지난달 22일 대표팀 엔트리에 ‘깜짝’ 발탁됐다.

슈틸리케 감독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서 이정협을 잘 투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상황에서 이정협이 투입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기대대로 골이 나왔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중앙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다. 특히 손흥민은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김창수의 크로스를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구자철(26·마인츠05)이 흘려주자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의 발끝을 떠난 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키퍼 손끝을 스치면서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튀어나왔다. 결국 한국의 선제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프리킥 찬스에서 페널티 지역 왼쪽 측면에서 낮고 예리한 프리킥을 날렸고, 그 공은 문전 앞에 있던 오사마 하우사위의 오른 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갔다.

승리는 했지만 한국은 후반 초반까지 수비불안을 자주 노출하며 크게 고전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전반전에는 볼 키핑과 패스 등 모든 면에서 좋지 못했고, 선수들의 침착성도 부족했다”며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경기를 본 것 같다”고 했다.

골키퍼 자리는 합격점을 받았다. 전반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후반 김승규(25·울산 현대)가 나눠 지켜 단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슈틸리케호는 10일 캔버라에서 오만과 A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