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최고위급 회담’ 제안에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면서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에 미국의 대북제재라는 장애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제재 내용이 기존 제재와 겹치거나 수위가 높지 않아 특별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제치고 미국과 체제 관련 협상을 한다는 의미)에서 ‘통남협미’(通南狹美·남한과 협상을 통해 미국의 입지를 좁힌다)로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제적 고립의 돌파구를 남한에서 찾는 모양새다.
북한은 4일 김 제1비서가 신년사를 발표한 이후 나흘째 대남 비난을 중단한 채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개의 논평과 글을 게재하며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집중 강조했다. 신문은 ‘천출 위인을 높이 모시여 희망찬 민족의 밝은 미래’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갈 방향과 방도가 밝혀진 원수님의 신년사를 안고 남쪽 겨레들은 조국통일 투쟁을 벌여나갈 맹세를 가다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김 제1비서의 신년사가 남한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민족 공동의 이익에 맞게 풀어가야 한다’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민족의 운명을 지키는 사활적 과제’ 등의 글을 싣고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에 몰두했다.
이 같은 북한의 반응은 모처럼 마련된 남북 당국 간 대화국면을 차버리지 않겠다는 최고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우리 정부와 미국을 자극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남 협상의 중요한 계기를 살려보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읽힌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 들어 대남 평화공세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남북 간 화해가 불리한 여러 대외 환경을 해소하는 열쇠라고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제1비서가 중국의 북한 원거리 정책과 유엔의 북한 인권선언 채택 등으로 대외고립 상태가 더 격화되는 ‘어려움’을 겼었던 지난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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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5 03:22 수정 2015-01-05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