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오르자… ‘개비 담배’ 다시 등장

입력 2015-01-05 00:49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가판대에서 손님이 300원을 내고 개비 담배를 사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시내의 한 전자담배 매장은 가게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흡연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담뱃값이 오르자 ‘개비 담배’가 다시 등장했다. 전자담배 인기도 껑충 뛰어올랐다. 아직 인상 폭이 결정되지 않아 예전 가격인 외국 담배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상 가격 결정 시점을 늦췄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는 일부 인기 담배를 개비로 파는 가게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한 슈퍼마켓 주인은 “담배 한 갑을 사러 왔다가 4500∼5000원 가격표를 보고는 몇 개비만 사가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담배 한 갑이 점심 한 끼 가격에 육박해 ‘주머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끊기는 힘들다 보니 참기 어려울 때 한 개비씩만 피우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 상점은 개비 담배 가격을 개비당 200원에서 300원으로 올렸다.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담뱃값이 한 갑에 2500원일 때는 전자담배 기계와 액상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용하기 꺼렸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전자담배 액상 하나의 가격은 3만원 정도로 이틀에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2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던힐과 뫼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등 일부 외국담배는 아직 예전 가격을 고수하고 있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두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인상 가격을 아직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세금 인상은 정부가 결정하지만 이를 포함한 최종 판매가격을 정하는 것은 개별 회사다. 다만 업체가 손해를 본다. 정부가 담뱃세를 올렸는데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인상된 세금만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아직 값을 올리지 않는 것을 두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홍보효과 등을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BAT코리아는 주력 제품인 던힐 6㎎(옛 던힐 라이트) 등 4가지 제품의 경우 이미 출고된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기존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입장을 소매점에 전달했다.

기재부는 두 회사도 이번 주 초반에는 인상된 가격을 신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사가 정부에 인상 가격을 신고하면 엿새 뒤부터 인상 가격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르면 12일부터 던힐과 뫼비우스 등도 오른 가격에 판매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 결정은 자율이지만 시장에 혼선을 빚고 있어 조속히 가격을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임지훈 조민영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