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우리 몸 전체 균형을 책임지는 기둥이자 모든 신체 기관을 움직이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이다. 따라서 허리는 신체 활동을 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창 학업과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10대와 20대 젊은 남성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자가면역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체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오랜 기간에 걸쳐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 아직까지 강직성 척추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정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면역체계가 많이 약해지거나 균에 감염되는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아 질병이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 대한 정확한 유병률 조사는 없으나 전체 인구의 0.1∼0.4% 정도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허리와 엉덩이 부분의 통증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꼬리뼈와 엉치뼈가 만나는 천장관절에서 처음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은 아침에 통증이 심한 경향이 있는데 대개 잠을 자고 일어난 직후 허리가 뻣뻣해지면서 통증이 시작되곤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잠을 자다가 허리가 아파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다. 활동을 할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 다른 허리 질환과는 달리 강직성 척추염은 일어나서 활동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병이 심해지면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허리에서 등, 어깨, 목 부분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목뼈까지 굳어지면 고개를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관절은 한 번 망가지게 되면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질환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보통 척추 질환을 퇴행성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젊은 층은 본인의 허리 통증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 게다가 최근 현대인의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한 허리 디스크, 척추측만증도 급증하고 있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강직성척추염을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생각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른 신체 부위의 통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척추관절 전체에 변형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젊은 남성에게서 이유 없이 허리 통증이 나타나고 아침에 특히 증상이 심하다면 하루 빨리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강직성 척추염은 약물로 면역을 조절하고 염증을 조절해 관절의 파괴 및 강직을 막아 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함께 관절이 굳지 않게 도와주는 운동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와 항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하고, 해당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알파라는 면역 체계 구성 요소를 억제해 빠르게 통증을 개선하고 관절 손상을 막아준다는 특징이 있다. 운동치료로는 수영과 걷기, 스트레칭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추천하며 볼링이나 골프와 같이 특정 관절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은 피할 것을 권한다.
현재까지는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수한 치료제도 꾸준히 개발되고 질환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실제로 필자 역시 많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 질환을 잘 관리해 건강한 삶을 사는 경우를 보아 왔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은 젊은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질환을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엄완식 원장 (엄완식내과)
[건강 나침반] 강직성 척추염, 활동하면 자신 모르게 통증 완화… 치료시기 놓치면 척추관절 변형
입력 2015-01-05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