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강도 등 해마다 줄어드는데… “2015년 성범죄만 늘어날 것”

입력 2015-01-05 00:47
‘가방 속 시신’ 사건 피의자 정형근(55)의 살인 동기는 성욕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던 7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성욕 때문에 극악한 짓을 벌인 건 정형근만이 아니다. 2007년 안양 초등생 살인범 정성현, 2008년 ‘나영이 사건’ 가해자 조두순,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영등포 초등생 성폭행범 김수철, 2010년 부산 여중생 살인범 김길태, 2012년 수원 부녀자 살인범 오원춘 등이 모두 같은 부류였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4일 발간한 ‘치안전망 2015’에서 올해 5대 범죄 중 성폭력 범죄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범죄는 해마다 감소 추세인데 유독 성범죄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성범죄는 2004년 1만1012건에서 지난해 2만8786건으로 9년 새 2.6배로 늘었다. 성범죄 발생 건수가 전년보다 감소한 건 2007년이 유일했다. 이때도 2006년 1만4369건에서 1만4229건으로 140건(1% 미만) 줄었을 뿐이다. 지난해 1∼9월 성범죄는 2만2211건으로 2013년 같은 기간 2만1103건보다 1108건(약 5.3%) 늘었다.

성범죄 중 정도가 가장 심한 강간과 강제추행은 2003년 7332건에서 2013년 2만2342건으로 10년 만에 3배가 됐다. 강간 범죄 1건이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년 짧아지고 있다. 2011년 26분58초에서 2012년 26분47초로 11초 단축됐던 이 시간은 2013년 23분35초로 3분 이상 짧아졌다. 외국인이 벌인 강간 범죄는 2009년 198건에서 지난해 9월 390건으로 급증했다.

여성의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이른바 ‘몰카’ 범죄는 2010년 1134건에서 2013년 482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이미 9월까지 4947건으로 전년 전체 발생건수를 넘겼다.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피해자가 늘고, 성폭력 관련법 개정으로 처벌 범위가 확대된 점도 성범죄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