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과의 ‘조건부 막후접촉’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통로로 ‘비공식 채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투명한 대북정책’의 틀 아래 수십 차례 공식 접촉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이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대안이 조심스레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 기류와는 반대로 미국이 새 대북제재를 발표하면서 한·미 간 엇박자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란 입장을 피력하는 한편, 제재 내용이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뿐 아니라 모든 상대국과의 외교 협상에서는 비공식 접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국조차도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물밑 접촉으로 이뤘고, 이란과도 비공식 접촉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 막후접촉 배제 원칙을 전했더니 ‘그럼 북한과 어떻게 협상하느냐’고 반문하더라”고 전했다.
막후접촉은 공식채널보다 모든 측면에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서로 통지문 교환만으로 이뤄지는 공식 접촉의 경우 효율적인 대화 진행이 어렵다. 서로 무얼 원하는지 충분히 이해한 뒤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 훨씬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 정부 들어 남북은 2013년 6월 당국 간 실무접촉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군사당국자 접촉까지 총 32차례 공식 회담을 진행했지만 회담 참석자의 정치적 위상, 대북전단(삐라) 등 돌출변수가 튀어나오며 번번이 실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예를 들어 5·24조치 해제’가 민감함 문제라 공개 제안이 어렵다면 물밑 접촉에서 해제의 조건을 놓고 서로 협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공식 접촉이 내포하는 ‘비정상’ ‘뒷거래’ ‘퍼주기’ 등의 이미지가 걸림돌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현금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직접 돈을 주고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내는 식의 이전 정부의 ‘장막 뒤 거래’보다는 개성공단 국제화, 남북철도 연결사업, 금강산관광 등 우회적인 지원카드가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정부의 기존 대북약속을 실천하는 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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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5 00:08 수정 2015-01-05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