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 홀대?… 2014년 대출 90%가 가계자금

입력 2015-01-05 00:36
지난해 시중은행이 내준 대출 가운데 90% 정도가 가계대출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손실 위험이 작은 가계대출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자금에 목이 마른 중소기업들은 높은 은행 문턱 때문에 여전히 고전할 수밖에 없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주택담보·전세자금·신용·자영업자·대기업·중소기업대출) 총 잔액은 지난해 말 793조3000억원으로 2013년 말 737조원보다 7.6% 늘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분야는 전세자금대출이다. 2013년 말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6000억원으로 43.9% 늘어났다.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013년 말 27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99조8000억원으로 29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율도 10.8%에 이른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주택대출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정부 조치에 따라 10월 3조8000억원, 11월 3조8000억원, 12월 3조5000억원 등 최근 3개월 동안 증가액이 11조원을 넘어 지난해 총 증가액의 40%에 육박했다.

반면 지난해 자영업자대출을 제외한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액은 4조3000억원에 머물렀다. 2013년 말 15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57조8000억원으로 2.8% 늘었을 뿐이다. 경기 불확실성 탓에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데다 시중은행들이 위험 부담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이 잇따라 기업 대출사기에 연루되면서 리스크가 큰 기업 여신이 많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대출의 부진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손쉬운 가계대출로 만회했다”고 분석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