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을 화려하게 물들인 MBC 예능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방송 당일 텔레비전 앞에서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든 대중들은 부지기수. 서울 홍대 야외 전광판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민들의 인증 사진은 또 한번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무한도전’은 시청률 2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해 약 7년 만에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008년 2월 16일(27.4%) 방송 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출연자였던 길(본명 길성준)과 노홍철의 잇딴 음주운전으로 위기론과 폐지설, 김태호 PD의 이적설 등 다소 시끄러운 지난 한 해를 보내온 제작진과 출연자에게는 어느 때 보다 값진 기록이다.
‘무한도전 효과’로 1990년대 가요가 음원사이트를 장악했다. 4일 기준 네이버 뮤직에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실시간 인기 순위 1위, 이어 엄정화의 ‘포이즌’과 ‘초대’, 지누션의 ‘말해줘’, 쿨의 ‘애상’, 터보의 ‘러브 이즈’, 소찬휘의 ‘티얼스’, SES의 ‘아임 유어 걸’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인기 배경에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30∼50대의 감성이 있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이날 ‘무한도전’을 가장 많이 본 성별연령층은 40대 여성(28.3%)이었고 50대 여성(22.3%), 40대 남성(21.5%), 30대 여성(21.3%)으로 이어졌다. 당시 10∼30대가 이번 특집에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특히 40대는 남녀 모두가 고른 지지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총 5회에 걸쳐 방송된 특집에서 서태지, 이효리, 옥주현, 김조한 등 멤버들이 출연 가수를 섭외하는 장면(11월 1, 8일)이 세세히 등장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무한도전’이 자주 사용하는 편집 코드, ‘과정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MBC는 이 방송을 보고 1000명을 초대한 공연 방청 신청에 7만5000여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김건모, 엄정화, 그룹 터보(멤버 김정남 김종국), S.E.S(멤버 바다 슈), 지누션(멤버 지누 션), 쿨(멤버 이재훈 김성수), 조성모, 소찬휘, 김현정, 이정현 등의 무대 위 가수들의 활약도 프로그램을 빛냈다. 출연 가수들은 훌쩍 나이든 모습이었지만 과거를 완벽히 재연하려 노력했고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현장에선 앙코르가 수없이 울려 퍼졌고 관객들이 모두 기립해 축제를 함께 즐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90년대는 대중문화의 부흥기이자 팬덤의 생성기, 기획사의 힘이 돋보였던 황금기였다”며 “30∼40대는 물론이고 오디션 프로로 이 시절 가요에 익숙해진 젊은층에게도 이번 특집 프로가 효과를 봤다. 당분간 복고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1990 시간여행 ‘토토가’ 시청률 대박
입력 2015-01-05 00:47